첫 번째로, 나이스를 1분 동안 소리칠 것이다. 왜냐하면 귀가 일주일 동안 쉴 수 있어서.
두 번째로는 잘못하면 ‘하지 마’만 들으니 울지 않아서 눈이 쉴 수 있다.
마지막은 ‘감사해요. 일주일 동안 편안하게 살 수 있었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진짜로 일주일 동안 잔소리가 없었으면 진짜 진짜 편하겠다.
- 오복이의 일기 중
오복이는 일주일에 한 번 겨우 일기를 쓴다. 당일 아침에 쓸 때도 있다. 일기에는 축구 학원, 마음에 드는 맛집, 친구와 축구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번 주 일기는 조금 달랐다.
'잔소리가 일주일 동안 사라진다.'
타이틀을 보자마자 드는 생각. 음. 마스크가 필요하겠군. 이 어미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결론은 고작 하루였다. 마스크는 안 했지만 나에게도 방학이 찾아온 듯 이어폰을 종일 장착하고 있었다. 보지 않으면 잔소리도 없을 테니 낮잠도 한숨 잤다. 그러나, 저녁을 맞은 어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은 그렁그렁 눈물 흐른 듯 자리 잡아 있었고, 멘탈은 메마르고 있었다. 누가 바늘로 손 좀 따줬으면 싶은 느낌. ‘헬쓱’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거울 속 내 모습. 그렇다면 나이스를 외치던 오복이는 어땠을까. 의외로 엄마의 잔소리를 그리워했다. 해주면 싫다, 안 해주면 무관심이다. 도통 알 수 없는 그. 애교가 많은 오복이는 잔소리를 부탁하며 한동안 품에 쏙 안겨있었다. 엄마에게 무어라도 해주고 싶은 아이는 핀셋을 가져와 흰머리를 뽑기 시작한다.
"오복아. 엄마는 머리숱을 아껴야 할 나이란다. 마음만 받을게."
"아니에요. 미안해요. 흰 머리카락들 다 나 때문에 나왔으니까, 다 뽑아줄게요."
숙제도 미루고 초집중해 머리칼을 샅샅이 뒤지는 아이. 익숙한 듯 조용히 깊은 심호흡을 해본다.
얼마 후, 한창 놀고 까불더니 이내 돌아와 머리를 다시 뒤적인다.
"왜 또?"
"새로운 흰머리 바로 올라왔나 체크하려고요."
이런 효자를 보았나. 참으로. 정말이지. 오늘도 사랑스럽구나.
정재승 박사의 책을 읽고 사춘기 체크를 하던 고작 초저학년 오복이는 놀란 강아지처럼 달려와 걱정을 쏟아낸다. 사춘기가 곧 다가올 것 같다고 말이다.
“엄마, 더 속상하게 만들 것 같아요. 미리 죄송해요.”하며 시무룩해진다.
미리 사서 걱정하는 걸 보니 넌 내 아들이 확실하구나. 오복이는 얼마 동안 예비 사춘기 놀이를 하다 한마디 듣게 되었다. 아이의 눈과 귀에게 쉼을 줘야하는데 잘 안된다. 요새는 엄마와 예쁜 사춘기 맞이를 위해 서로 더 많이 안아주고 예쁜 행동과 말하기 연습 중이다.
잠들기 전, 오복이는 엄마 휴대폰 걸음 수를 체크한다.
“칠천 보네요. 너무 늦어서 안 되겠다.” 왜 아쉬워하는 걸까. 결심한 듯 엄마 무릎에 앉아 눈을 맞추고 아이는 진심을 전한다. 미안한 표정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