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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버PlayLaboR Dec 28. 2022

아이들이 삼킨 시간은 어디에 있을까?_1.[그림_나나]

아이들의 고유한 세계를 지켜주는 예술가적 태도

고구마 심는 아버지

고구마를 막 캐낸 밭에서 놉니다. 수확이 끝난 고구마 밭은 흙이 부드러워 놀기에 참 좋습니다. 구덩이도 파고 두꺼비 집도 짓고 함정도 만듭니다. 함정을 만들다가 애기 고구마를 발견했습니다. 큰 고구마는 어른들이 다 거두어 갔지만 작은 고구마 들은 놓쳤나 봅니다. 그런대 고구마가 자꾸 자꾸 나옵니다. 함정 만들기 하는 것 보다 고구마 캐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어릴 적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줬더니 활짝 웃으시며 그날의 비밀을 말씀해 주십니다.

“너희들이 고구마 캐는 것을 너무 너무 재밌어 하니까 아빠가 너희들 몰래 고구마를 묻으신 거야.”

놀이에 빠진 아이들의 즐겁고 행복함을 이어주는 어른의 마음을 배웁니다. 그러니 놀이는 사랑입니다. 

             _ 놀기 워크숍에서 만난 어른의 이야기_

#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어내는 것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퓨처랩으로 걸어 들어온다. 머리는 앞으로 나와 두리번거리지만 엉덩이는 뒤로 빠져서 엄마랑 헤어지기 싫은 몸의 움직임이 저절로 보인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이 “안녕” 하고 인사를 하지만 그저 아빠 뒤로 몸을 숨기고 만다. “이름 쓸 수 있어? 내가 써 줄 수도 있어 나는 고무고무야” 이름을 알려주고 이름을 쓰고 그 이름이 소리로 공간을 채우면 아이도 공간에 금방 적응 한다. 이름은 존재와 존재의 가장 크고 강한 접착제이다. “얘들아”가 아니라 “현우야” “로한아” “민서야” 하는 순간 아이들은 이곳의 주인공이 된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는 나도 주인공이 된다. 아이들을 향한 이어지는 요구는 “찬혁아 이거 좀 도와줄 수 있어? 이 고리를 당겨서 찬혁이가 원하는 곳에 걸면 돼” “고마워” “나도 도와줄게요” “나도요”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그것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게 함이’ 일 순위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순간 아이들은 질문을 하고 몸을 움직여 주변을 살핀다. 이름을 부르고 부탁을 하는 순간 그날의 활동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첫만남의 비결이다. 스스로 만든 놀이공간은 아이들 방식대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낸다. 미션을 만들고 벌칙을 제시하며 점점 더 복잡한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즐긴다. 

# 아이들 곁에 있다는 것은


  아이들을 마주하는 눈빛은 사랑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어야 한다. 아이들을 향해서 연신 사랑해 사랑해 라는 메세지를 눈으로 몸으로 표정으로 말로 쏟아 내어야 한다. 믿음의 눈길이다. 아이들 하나 하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개인의 요구와 욕구를 들어야 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 할 때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도 된다는 사인이다. 어른 주도의 ‘해야 함’을 아이 주도의 ‘하고 싶음’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른들의 해야 함이다. 그래야 아이들의 호흡을 읽을 수 있고, 그래야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익숙함을 이어가고 싶은 아이, 새로운 것을 찾는 아이, 친구와 새로운 것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 10명의 아이들은 100개의 하고 싶음이 있고, 100개의 하고 싶음이 만개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로한이의 용암놀이와 현우의 동물 흉내 내기가 만들어낸 ‘용암동물놀이’는 모두를 즐겁게 만든 사건이다. 그리고 그 놀이를 만든 둘에게 사랑어린 눈빛과 칭찬과 고마움을 큰 소리로 말했다. 인정하는 마음과 지지하는 믿음과 칭찬하는 분위기면 무엇이든 다 된다. 아이들의 흐름에 따라가며 ‘해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 꼭 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먼저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해보게 하는 것’, 아이들의 세계에 ‘똑똑’ 노크하고 “나도 해도 돼?”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 아이들 곁에 있는 어른이 꼭 가져야 할 몸과 마음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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