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숙제

관계 이야기

by 차향노트

사랑하는 여보,

당신 덕분에 행복했어요. 나를 사람 만들어 주고, 한 평생 제대로 살게 해 준 사람.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먼저 가네요. 당신 혼자 남아 외롭고 힘들면 안된다고, 그래서 내가 당신보다 딱 하루는 더 살아야 한다고 했는데 내 뜻 대로 안됐네요.


여보,

우리 나름 괜찮았죠? 힘들어도 밥 세 끼 잘 먹었고, 아들 딸 잘 자라줬고.. 고마워요. 다 당신 덕분입니다. 내가 초라할 때도 나를 빛나게 해 준 사람. 사업이 바닥에 바닥을 칠 때도 단 한 번 돈 이야기 하지 않고 묵묵히 부채를 만들고, 양말에 스티커를 붙이던 당신. 당신은 내 삶에 가장 큰 기적이고 축복입니다.


우리 잠깐 헤어졌다 다시 만나요. 하나님 품안에서.. 항상 그랬던 것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다시 만나요. 이 짧은 생에서 마음껏 다 주지 못한 사랑 다 챙겨 줄께요.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



사랑하는 아들, 딸,

‘하나님이 주신 축복’.. 너희들은 아빠에게 그런 존재야. 아빠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너희들의 아빠로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어. 잘 자라줘서 고맙고, 인생의 문을 하나하나 잘 열어가는 너희들이 어찌나 기특하던지.. 고맙다. 앞으로도 그렇게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래.


무엇보다 너희들이 하나님 손 꼭 붙잡고 살았으면 좋겠어. 하나님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가 숨 쉬는 것도,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다는 사실 잘 기억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 손 꼭 붙잡고 살기를 바래.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딸, 아빠가 많이 사랑한다 !!



자비로우신 하나님,

저를 세우시고, 오늘이 있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내 삶의 주인 되신 하나님. 남아 있는 아내와 아들, 딸을 불 같은 눈으로 지켜 주옵소서. 세상보다 주님을 바라보게 하시고, 예배의 자리에서 주님 바라보며 살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 제 삶이 주님 보시기에 어떠셨나요? ‘잘 했다’ 칭찬받고 싶은데 자신이 없습니다. 그저 주님의 사랑에 의지할 뿐입니다. 말할 수 없이 많은 죄를 지었지만, 주님.. 십자가의 사랑으로 저를 안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잘 했다 아들아. 애 썼다.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한다 아들아~’ 아버지.. 이제 주님 만나러 갑니다.



사랑하는 여보, 아들, 딸..

수 십 번 그려왔던 순간인데 막상 닥치니 쉽지 않네. 나 많이 행복했어. 고마워. 다 덕분이야..

사랑하는 아들, 딸.. 엄마 잘 살펴 드려라. 우리 천국에서 만나자..


하나님, 사랑합니다 !!!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고 있다.

과정 중 하나가 '유서 써보기'.


어려웠다.

쓰는 것은 의외로 쉬웠지만, 모임 날에 다같이 모여 자신의 글을 읽는 것, 그것을 듣는 시간은 참으로 어려웠다.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오늘 아내에게 보여줬다. 몇 줄 읽지도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내를 보며 나 역시 눈가가 시려온다. 이런 사람과 한 평생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죽음.

누구에게나 오는 시간. 그러나 대부분 '아직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간.

빨리 깨달을 수록 삶은 오히려 감사로 채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모든 것이 다 있어도 없는 게 시간이다. 오늘도 감사로 하루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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