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야 말로 우리 정원의 역사와도 같은 식물이다. 그 흥망성쇠의 드라마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룩한 건국의 찬란함에 비견할만한다. previously on <수국 드라마>
<서막-영원할 것 같은 영광> 수국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홀린듯 화분을 들인다. 푸른색이라고만 부르기엔 충분하지 않은 그 아름다운 색과 커다란 꽃송이는 바라만봐도 흐뭇하다.
<1장 징조>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아름다운 꽃을 보던 행복은 잠시. 꽃이 지고나자 초록의 잎만 무성하다. 자연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기에 잎은 낙엽이 되고 겨울이 되어 한창 때의 아름다움이 무색하구나.
<2장 쇠락의 길> 이듬 해 봄이 되었건만 꽃망울은 온데 간데 없고 지난 날 아름다운 꽃은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사무친다. 그 날의 기쁨을 잊지 못하고 또 다른 수국 화분을 들여 이번에는 붉은 꽃을 즐긴다. 하지만, 볼 때마다 지난 해의 아름다운 수국을 가슴 아프게 떠올리게 되고...
<3장 이대로는 안된다.> 지난 수국들은 원인을 알 수 없게 목숨을 잃고, 슬픔으로 방황하던 정원사는 강호를 떠돌다 테라스에 정착한다. 지난 과거는 잊고 새롭게 시작하려는데 이 무슨 조화인지 수국의 아름다움에 또 다시 매혹되어 화분을 들이고 만다. 이 또한 인연이라 성심을 다해 가꾸기 시작하는데.
<4장 와신상담> 수국을 살릴 것이다. 꽃을 매해 피우게 하리라. 각오가 비장하다. 이른 봄 가지치기, 개화 시 충분한 관수, 직사광선 피하기, 장마철 삽목 시도, 가을철 충분한 햇빛보기, 한겨울 베란다로 들여 겨울나기. 그 동안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시작했다.
<5장 > 새로운 봄. 수국은 다시 깨어나 잎을 피어 올린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름다운 꽃눈과 함께.
그러고 보니 결혼 하고 살았던 세 집에 늘 수국 화분이 있었다. 한 번도 같은 화분에서 두 번 꽃이 핀 적이 없었지만 삶이 바빠 그 또한 잠시 안타까울 뿐 금세 잊혀 지고 말았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오고 나서야, 정원을 가꾸겠다고 마음먹고 나서야 좀 더 관심 갖고 찾아보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원인은 가을철 화아 분화 시기에 많은 일조량이 필요하다는 것과 겨울철 적절한 저온처리였다. 6주 이상 도에서 지내야 하는데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확장형 아파트 거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동안 수국이 꽃을 떨구고 다시 피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정원 프로젝트가 용기를 내게 해주었다. ‘살리려면 뭐라도 해야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할 수 있었다. 꽃이 피어있을 때는 직사광선을 피해주고, 잎이 질 때 햇빛을 많이 쬐어줄 수 있는 곳으로 화분을 옮겨줄 수 있었고 '많은 일조량‘이 최고의 장점이며 매일 아침 호스로 물을 흠뻑 줄 수 있다. 테라스가 나에게 숨겨진 용기를 끌어내 주었다. 며칠 전에는 삽목했던 수국에서 작은 잎이 뾰족하게 올라오는 걸 발견했다. 번식도 성공했으면 좋겠다. 지금이 수국의 흥망성쇠 중 ’성‘이 시작되는 때라고 믿으며 더욱 용기내어 수국 정원을 일궈야지.
24년.그 사이 우리와 동고동락했던(깻잎에서 구출된) 수국은 이렇게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24년.1층 수국이, 2층 목수국이. 지는 모습도 예뻐요. 가을에는 수국도 붉게 물들며 잎을 떨굽니다.
25년. 올해도 이렇게 멋진 꽃망울들을 보여주네요.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해서 올 봄에는 큰 화분으로 이사했습니다.
왼쪽은 목수국, 오른쪽이 깻잎에서 구출된 수국이.
25년. 6월 수국 근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