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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ji Aug 19. 2022

스타벅스 파트너의 세 가지 역할

캐나다 스타벅스에서 쓰는 용어와 그 의미

앞으로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이야기를 잔뜩 쓰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한국말로 딱 바꿔서 말하기 애매한 용어들이 많아서 사전에 배경지식을 쌓아줄 글을 작성해본다.




스타벅스 파트너가 하는 일은  가지 역할로 나뉜다. (Bar), (Till), 커스터머 서포트(Customer support).

이 역할은 고정된 것은 아니며 근무하는 시간 동안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보통은 매장에 근무하고 있는 매니저나 슈퍼바이저가 파트너 각자의 롤을 배정해준다. 바에 있던 사람이 쉬러 가면 다른 파트너를 바에 배정시키기도 하고, 틸에 한 명이 너무 오래 있었다 싶으면 다른 사람으로 로테이션하는 식이다. 근무 시간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에 따라서 하나의 역할만 계속하게 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로테이션이 원칙이다.


슬로 시간대에는 보통  역할에   정도가 배정된다. 그리고 러쉬가 찾아온 바쁜 시간대에는 틸과 바에 2명씩 파트너가 할당되기도 한다. 커스터머 서포트는 거의 모든 경우  명이다.

오픈이나 마감 시간대는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적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유동적으로 하기도 한다.


바(Bar)

바는 이름만 들어도 직관적으로 느껴지듯이 음료 제조 공간에서 음료를 만드는 역할이다. 음료대에 주문 들어온 컵이 놓이면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스타벅스 음료 제조 루틴에 따라 한 번에 음료 두 잔씩을 만든다. 음료에는 커피뿐 아니라 아이스티, 스파클링 티, 프라푸치노 등 다양한 메뉴가 포함돼있다.

보통은 루틴에 따라 혼자 모든 것을 다 하지만 정말 바쁜 때에는 한 명이 더 붙어서 우유나 시럽 등 미리 세팅이 가능한 것을 컵에 쫙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음료를 다 만든 후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 까지가 바 파트너의 역할!


내가 일하던 시절, 캐나다 스타벅스에는 모바일 오더가 런칭되기 전이었다. (한국에선 이미 수개월 전에 사이렌 오더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한국으로 들어올 즈음에야 모바일 오더 서비스가 시작됐는데,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단계라 지금의 한국처럼 주문 번호를 스크린에 표시해주거나 파트너가 고객의 주문 내역을 확인하는 최첨단 시스템이 마련돼있진 않았다.


아마 그래서 지금은 바에서 음료를 전달해주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때는 내가 완성한 음료를  전달하는  까지  파트너의 몫이었다.


틸(Till)

틸은 어떤 단어의 줄임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포스(POS)와 동일한 뜻이다. 주문대에서 주문을 받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틸에 있는 파트너는 단순히 주문만을 처리하진 않는다. 우선 고객이 주문한 음료를 컵에 마킹하고, 그것을 음료대에 갖다 놓는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푸드 주문이 들어오면 푸드를 포장한다. 만약 워밍이 필요한 푸드(데워서 제공하는 푸드)는 뜯어서 오븐에 넣는다. 그런 후에 포스기에 손님이 주문한 내역을 찍고 계산을 진행한다.


그러니 주문을 받는 그 짧은 순간에도 틸에 있는 파트너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추가로 티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주문을 받자마자 컵에 티백을 넣고 물을 부어주는 역할까지 맡는다. 바 파트너가 최대한 음료 제조 이외에 다른 역할을 하지 않도록 돕는 느낌이랄까?


틸에 있는 파트너는 컵에 음료를 마킹하면서 손님의 이름을 물어본다. 이미 익숙한 단골손님의 이름은 묻지 않고도 컵에 적지만 생소한 이름을 적을 때면 스몰 톡이 필수다.

친근하게 이름을 어떻게 적냐느니, 스펠링을 어떻게 쓰면 되냐고 질문하면 보통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이럴 때면 외국인의 외모가 조금은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다들 내가 아직 어리숙하고 고군분투하는 외국인 신입 직원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친절하고 또박또박하게 이름을 말해준다.


커스터머 서포트(Customer Support)

내가 가장 좋아하진 않았지만 나중 갈수록 가장 스릴이 느껴졌던 역할, 커스터머 서포트.

커스터머 서포트는 바와 틸에서 하는 업무 외 모든 것을 한다. 매장마다 그 역할의 범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매장을 기준으로 커스터머 서포트는 현재 틸과 바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손님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게 모든 것을 확인하고, 채우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틸에 있는 파트너가 주문받은 티를 제조하는데 티가 없지 않게 개수를 확인해서 미리 티를 채워 놓고, 브루잉 커피가 부족하지 않은지, 부족한 아이스티나 시럽은 없는지, 냉장고에 우유가 모자라진 않은지를 수시로 체크해서 미리 만들어놓거나 창고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 냉장고를 채워놓는다. 바 공간을 다 확인하고 나면 손님들이 이용하는 셀프바 공간을 확인한다. 설탕이나 시럽이 떨어지진 않았는지, 쓰레기통이 꽉 차진 않았는지 확인해서 쓰레기봉투를 갈고 채우기도 한다.


확인할 것이 너무 많고 변수도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커스터머 서포트가 너무 바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익숙해지고 나니 아주 바쁜 러쉬가 터졌을 때 다른 역할에 있는 동료들의 일이 번거로워지지 않게 딱딱! 타이밍 맞게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하나의 쾌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Jiji, You are the best! (Jiji 네가 최고야!)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좋던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더 완벽하게 매장을 가꿔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더 서포트(Order support)

이건 공식적인 롤은 아니고 아주 바쁠  임시로 배정하는 역할이다. 아무래도 틸에 있는 사람들이 빠르게 주문을 받는다 해도, 음식을 포장하고 주문을 받아 적으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복잡한 주문이 들어오는  주문 줄이 밀리면 손이 남는 파트너가 임시로 오더 서포트가 되어 주문받는  돕는다.


줄에 서있는 단골손님들 주문을 미리 컵에 적어서 바에 올려놓는다던가, 줄에 서있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주문을 미리 받아 바에 넘기고 나중에 틸에 있는 파트너에게 알려줘서 계산만 할 수 있도록 한다.

푸드 손님이 밀리면 오븐 옆에서 푸드만 쭉쭉 데워서 나가게 돕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역할 중에 바를 가장 좋아했다. 내가 카페 알바를 좋아했던 이유 음료 만드는  너무 재미있어서였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것에 신경  쓰고  눈앞에 있는 음료를 도장깨기 하듯 만드는 과정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아마도 음료를 만들며 손님들과 나누던 대화가 아니었을까.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나기도 한다. 자신의 하루와 기분을 마구 털어놓는 손님들도 만난다.


하지만 결국 모든 대화의 끝은 감사의 표현.  음료를 맛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우리 매장에 들러줘서 고마워. 주고받는 고마움들이 내가  바에 있는  좋아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모든 내용은 제가 일 한 매장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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