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생각나는 미술관, 두손미술관

by 공빌

1.

두 손을 모은다는 건 무엇일까.

단순한 몸짓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절실함, 간절함, 위로받고 싶은 마음, 회피하고 싶은 마음, 절망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혹은 어떤 존재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조용한 몸짓. 두 손을 모은다는 건, 결국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 앞에서 잠시 멈추고, 낮아지고, 마음을 꺼내 보이는 일이다.


나에게 그 처음은 천주교에 들어 간 것이었다.

지금은 다니지 않고 있지만, 그때는 가족 모두가 마음고생이 심하던 시기였다. 아버지 사업이 순탄치 않아 일상이 무너지고, 미래가 보이지 않던 때. 누군가를 믿어야만 겨우 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가족과 같이 천주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성경공부를 받고, 세례를 받았고, 그 과정을 통해 ‘기도’라는 걸 처음 해봤다.


손을 모으고, 가슴 앞에 붙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누구신지 모르겠고, 뵌 적도 없지만, 제발 잘 좀 되게 해주세요.' 라고

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기도라도 하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램,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손 사이사이를 표현하듯 창이 나있는 두손 미술관



2.

제주 산방산 아래, 조용히 두 손을 모은 듯한 건물이 있다. 흙으로 빚은 듯한 표면, 낮게 눌린 검정 실루엣, 땅과 하늘 사이에 반층 낮게 겸손하게 놓인 이 건물은 건축가 이타미 준의 두손 미술관이다.


그는 산방산을 “소녀의 옆얼굴”이라 불렀고, 그 소녀에게 주는 모자를 만들듯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 선은 어느새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형태가 되었고, 그는 그것이 “염원을 담은 건축”이 될 수 있다고 직감했다.

자연과 기도, 인간과 땅. 두손 미술관은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조용한 건축이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창의 전면이 하늘을 바라본다



3.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 바다 앞에 서서,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손을 가슴쪽에 모으며 어머니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바람 많은 제주의 한 소녀가 삶의 무게를 끌어안고 바다에 부르짖던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의 기도가 떠올랐고, 10년 전 내가 만났던 제주의 그 건축의 형상이 문득 떠올랐다.


두손 미술관을 처음 봤을 때, 조용한 공간이 풍경 속에 숨듯 자리하고 있었던 모습, 검은 철판으로 각지게 외피가 쌓여있지만 마냥 딱딱해보이지 않는, 무엇보다도, 안에 들어서는 순간 정면의 하늘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열린 창은 나도 모르게 마음을 낮추게 되는 ‘기도의 자세’ 같은 감각이 오래 남았다.

작은 성당같아 보이기도 한다. 종교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을까.



4.

두손 미술관을 생각한다.

그 공간은 단지 조형적으로 ‘두 손을 닮은 건축’이 아니다. 그것은 ‘기도’의 형상을 한 공간이다. 흙에서 태어나 산방산의 옆에 조용히 기댄 듯 놓여 있는 그 건축은, 바다를 바라보며 누군가의 마음을 감싸고, 품어주고, 이름 없이 빌어주는 공간이다.


폭싹 속았수다 속에서 애순이가 바다를 향해 서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저 바다룰 바라보며 한없이 엄마를 부르짖는 애순이가 생각났다.





장소: 두손미술관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827

-두손미술관은 현재 입장이 어렵습니다. 수풍석 미술관을 보러 가셨을 경우, 석미술관 근처에서 외관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내부 사진은 10년 전에 입장이 가능할 때 찍은 사진입니다.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공간의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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