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라퓨타가 생각나는 교회, 방주 교회

by 공빌

1.

비행기를 탈 땐 꼭 창가 좌석을 고집한다. 대단히 특별한 이유는 없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게 좋을 뿐이다. 비행기는 늘 구름 위를 난다. 구름 위라는 말이 여전히 낯설고,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의 감각이 아직도 선명한데,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믿기지 않아, 말없이 구름만 바라봤다. ‘어떻게 저런 큰 덩어리가 하늘에 떠 있는 거지?’ 같은 유치한 질문을 속으로 혼자 던졌다.



2.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창문에 핸드폰을 갖다 대고 10분 남짓 동영상을 찍는다. 가만히 앉아 그 영상을 배속으로 돌려보면, 구름이 흐르고 땅이 밀려 들어간다. 그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내가 지나온 시간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든다. 시간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 비행기를 탈때마다 어린 아이같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 하다.


‘천공의 섬 라퓨타’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구름 속에 숨겨진 섬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 그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고, 커서도 잊지 못해 가끔씩 찾아보곤 한다. 간혹 아주 크고 두터운 구름을 마주할 때면, 그 속 어딘가에 라퓨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짜든 아니든,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게 하늘이라 생각한다.




방주교회, 반짝거리는 지붕위의 패널이 하늘을 담는다.

3.

건축가 이타미 준은 제주에 방주교회라는 교회를 지었다. 원래 이름은 ‘하늘의 교회’다. 이타미 준은 그곳을 설계하며, 제주의 하늘을 가장 잘 담는 건물, 하늘을 가장 잘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교회의 지붕은 삼각형 패널이 반복되며 빛을 반사하고, 그 반짝임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보인다. 아름다운 반짝임 속에는 흐린 날의 잿빛, 쨍한 햇살의 눈부심, 비 오는 날의 축축한 흐름까지 담겨 있다. 그는 교회를 만들면서 지붕 위에 하늘을 올려두었다. 그리고 그 하늘이 자연스레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흘러가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그날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보았던, 내가 막 떠나온 땅. 그 위로 무심히 흘러가던 구름들. 그 사이에 나 혼자 작은 창문에 핸드폰을 대고 있었다. 가끔은 그 장면이 방주교회의 모습과 겹친다. 하늘을 담고 있는, 아주 작은 프레임. 멀리서 보면 별것 아닌 구조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하늘은 너무도 깊고 넓어서, 도저히 다 담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물을 건너야만 교회에 다다를 수 있다. 물조차 하늘을 투영한다.

4.

방주교회는 어린 시절 생각했던 하늘들이 잡혀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했던 하늘들이 지붕 위에 머물러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지붕 어딘가, 빛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라퓨타 같은 섬이 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늘에 대한 기대, 동경, 자연을 받아들이려는 마음. 방주교회는 아마 그런 마음으로 지어진 건물일 것이다. 하늘 속 어딘가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방주처럼. 마치 내가 보았던 창가의 구름처럼.





장소: 방주교회

주소: 제주 서귀포시 산록남로762번길 113

건축가: 이타미 준


- 예배가 있는 날에만 내부를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공간의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 생각나는 미술관, 두손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