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기에 돋보이는 건물, 젠틀몬스터 신사옥

by 공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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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8시쯤이면 도림천에서 자전거를 탄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 중 하나는, 다리 밑 긴 터널을 지날 때 마주치는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개다. 시각 장애인 한 분이 검정색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둘은 무언가로 이어져 있는 듯, 조용한 리듬으로 출근길을 밟아간다.


노즈워킹하는 검은색 리트리버, 보통의 개들은 이렇게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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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 되는 리트리버들은 '비정상적인 개'라 한다. 보통의 개들은 땅에 코를 박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노즈워킹이라 하는데, 냄새를 맡는 본능이자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다. 그런데 안내견들은 그 본능을 통제한다. 길을 걷는 내내 땅이 아닌 앞을 보며 꼿꼿히 걷는다. 타인의 눈이 되기 위해, 개로서의 본능을 거스른다. 비정상적이다. 하지만 그 '비정상'이 만들어내는 모습은, 검정 리트리버가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특별해보이고, 돋보이고, 아름다워 보였다.


젠틀몬스터 신사옥, 브루탈리즘같아 보이는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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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성수동에 새로 지어진 젠틀몬스터 신사옥은 비정상적이다. 이질적이고 묵직한 콘크리트가 여러개 돌출된 형태, 직선이 겹겹이 쌓인, 어떻게 보면 위태로워보이는 구조물. 전형적인 브루탈리즘이면서도, 주변의 건물과 완전히 다른 이 기묘한 건물은 '비정상적인 건물'이다. 홀로 우뚝 서 있는 모습에 ‘이질적이다.’ ‘돌출된 콘크리트에 비둘기가 많이 앉을 것 같다.’ 같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건물은 오히려 돋보였다. 일반적인 미감이나 대중적 취향과는 거리가 멀지만, 기존의 규칙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며 새로운 방식의 표현을 시도하는 태도는 오히려 특별해보이고 돋보이고, 누군가의 시선에는 대단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입면이 반복적으로 돌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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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이 본능을 거스르며 타인의 길을 안내하는 것이 생각났다. 건물은 철저히 비정상적으로 돌출되고, 높이 솟아있고, 사람들의 예상을 어긋났다. 하지만 그만큼 모든이의 논란의 중심에 섰고, 돋보였다. 기존에 젠틀몬스터가 지향하던 행보와 완전히 일치한 건축이 아닐까.



우리는 종종 '정상적'이라는 말을 미덕처럼 쓰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상'을 거부하는 순간에서 더 큰 비범함이 나온다. 안내견도, 건축도, 심지어 우리 자신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익숙한 질서에서 한 걸음 비껴설 때, 더 선명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





장소: 젠틀몬스터 신사옥

주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2가 260-1

건축가: 시스템 랩 김찬중


- 현재 공사중입니다. 완공은 4월 중 예정입니다.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공간의 재밌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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