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랬지.
아이들이 잠든 밤, 러닝을 하러 집을 나선다.
남편을 남겨두고 ‘뛰쳐 나간다’.
들숨에 '하나, 둘, 셋, 넷'
"탁탁, 탁탁, 탁탁, 탁탁"
날숨에 '하나, 둘, 셋, 넷'
"탁탁, 탁탁, 탁탁, 탁탁"
숨과 발소리가 딱딱- 맞기 시작하면 ‘박자 강박‘이 시작된다.
엇박은 허용할 수 없다.
숨이 차오른다.
뻑뻑한 고구마가 가슴에 얹혀 체한 듯 뻐근해 온다.
그만두고 싶어 미치겠지만 멈출 수가 없다.
박자를 맞춰야만 한다.
목표치까지 가서 뜀을 멈춘다.
박자가 무너지면 숨도 무너트린다.
아까 낀 고구마 탓인지 헛구역질이 난다.
생각났다.
이 힘듦 때문에 달리지 않기로 했었다.
당분간 러닝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뜀박질을 멈추면 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온몸에서 수문이 열리고
뜨끈뜨끈- 온 모공에서 김이 뿜어져 나온다.
몸이 무겁지만 가볍다.
뜨겁지만 시원하다.
생각났다.
뭔지 모를 이 해방감 때문에 달리기로 했었다.
그래 가끔은 달리기로 한다.
가끔, 정말 가끔 달리지만 일정한 시간에 나가서 그런지
저번에 달릴 때 보았던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들은 아마 매일 그 시간에 달리는 이들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얼굴이나 이미지를 익히게 된다.
내적 친밀감은 위험하다.
달릴 때는 모르는 척 지나가지만
편의점에서 만나면 옆집 사람을 본 듯 인사할 것만 같다.
긴장을 풀면 안 된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러너 한 명이 힘겹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힘들죠? 나도요.'
그가 힘들어 보일수록 각성된다.
'내가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군요. 엄살 부리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로 달려도 죽지는 않는군요. 그럼 저도 더 달릴 수 있다는 얘기네요.'
그들을 지나치며 응원을 보낸다.
'동지여, 힘을 내세요. 함께 달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러닝크루 멤버를 추가하곤 한다.
간혹의 밤길, 난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