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춘기의 서막
비가 내리는 아침, 등원하는 첫째를 배웅한다.
장화를 싫어하는 4세 아들의 발에는 구멍이 숭숭 뚫린 반샌들이 신겨졌다.
여느 때와 같이 둘째를 안고 현관으로 향한다.
"오빠! 잘 다녀와, 보고 싶을 거야!"
둘째가 말하는 것처럼 꾸민다.
아이와 남편이 현관문을 나선다.
'... 어?'
사랑의 인사를 하느라 바빠야 하는 아이가 얌전하다.
조용히 문밖을 나서더니,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다녀오겠..."
"철컹- 띠리릭-"
물방울 속에서 강줄기를 본다고 했던가?
최초 노룩 등원 사태에 마음이 수군댄다.
내가 점령했던 그의 우주였다.
그의 우주가 넓어지길 기대하고 응원했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섭섭하다.
이제 나는 점점 작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
그에겐 필요하고, 나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
알지만 슬프고, 슬프기엔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사소한,
그의 노룩 등원.
하원길에 아이를 태운 트라이크 자전거를
열심히 끌고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공격을 했다.
"사랑해요. 엄마"
앞을 응시한 채, 덤덤히 전했다.
기습 고백 공격이다.
녀석은 이럴 때가 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날 녹여버린다.
저 말투를 안다.
뭔가 필요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냥 지금 하고 싶은 말을 한 것뿐이다.
꼬맹이가 던진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도 사랑해"
나는 어렸을 때 "사랑해요"란 말이 부끄러웠다.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어버이날 편지에나 썼을까?
이게 이런 말인 줄 알았다면 조금은 달랐을 것 같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생각날 때마다 말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변해볼까 한다.
"어머니, 아버지,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