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혹시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 조바심에 주제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남깁니다 : )
저는 매우 건강한 편이고, 감사하게도 아픈 곳이 별로 없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오래오래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
공상일기 주제 선정이 어려워 고민하던 차에 남편에게 이 주제를 추천받았습니다.
'죽음'을 전제로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글을 다 쓰고 나니 '삶'을 더 잘 살아내고 싶어 졌습니다.
저의 공상일기, 상상으로 즐겨주세요.
*건우, 예희는 가명입니다*
건우야, 예희야! 엄마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단다. 엄마는 여전히 너희를 계속 보고 있을 거라,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많이 보고 있을 거라 너희가 좀 무서울 수도 있겠다. 호호. 엄마가 항상 지켜보고, 지켜주고 있다는 걸 잊지 마렴. 너희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너희를 보호하고 있을 거야.
그래도 보고 싶은 날이 있겠지? 그럼 너희 서로의 얼굴을 보렴. 엄마랑 똑 닮았잖아? 엄마 품에 안기고픈 날도 있겠지? 그럼 아빠한테 '엄마~'하고 안겨 봐. 아빠랑 엄마는 같은 온기를 가졌거든. 좀 딱딱하긴 하겠다. 아빠한테 미리 근육 빼고 살 좀 찌우라고 말해둘게. 엄마 목소리 듣고 싶은 날도 있겠지? 너희를 사랑한다는 말은 녹음해 놨으니 마음껏 들으렴. 그리고 엄마 사진첩에 보면 말이지? 너희가 모르는 예쁜 20대의 엄마가 잔뜩 있을 거야. 엄마도 많이 못 본 그 아까운 얼굴 많이 봐주렴.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까지 다니면서 많은 일들이 있을 거야. 엄마도 그 시절을 보냈는데, 얼마나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았는지. 수줍음이 많아서 학교생활을 하는 게 어려울 때도 많았어. 음악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했을 땐, 목소리가 떨리다 못해 몸이 휴대폰 진동 오듯 떨렸다니까? 그런데 알지? 엄마 노래꾼, 춤꾼인 거? 이렇게 변하기도 하더라. 잘하지 못해도 즐길 줄은 알게 됐지. 그런 불편한 시간들이 있을 거야. 엄마에겐 음악이었지만 너희에겐 다른 것일 수 있지. 이겨내도 되고, 그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도 돼. 어떻게든 겪어내긴 해야 하더라. 그런데 그 시간들이 너희를 풍요롭게 해 줄 거야. 밥만 먹어도, 축구만 해도, 무엇을 해도. 학교 생활 재밌게 하렴.
공부, 학교, 자격증, 취업, 창업 같은 것으로 고민될 때가 올 거야. 이런 것들은 대충 감으로 선택해도 되는 일은 아니야. 신중히 알아보고 계획하고, 노력해서 이뤄내렴.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을 거야. 왜냐면 하고 싶은 걸 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거든. 그때는 정말 이루고 싶은 게 뭔지 잘 생각해 보고 선택해. 그리고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어. 그건 너희의 삶이니까. 하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가족들과 선생님, 전문가를 찾아가렴.
친구는 중요해. 너희와 마음의 결이 맞는 친구들이라면 가까이 지내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렴. 너희가 알아야 할 건, 사람은 서로 소속되는 게 아니라는 거야. 누군가를 '니 거 내 거'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거지. 너희가 친구들을 존중하고 고맙게 여겼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장 소중한 건 너희 자신이어야 한다는 거야. 너희도 친구들에게 존중받고, 고맙게 여김 받았으면 한단다.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가면 좋겠어. 그게 늦게 올 수도 있단다. 엄마는 이제야 진짜 친구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거든! 그래도 아주 만족해!
그런 친구들 중에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길 거야. 연애하고, 결혼하고 그렇겠지? 엄마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끄러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서로의 것들을 감싸줄 수 있는 그런 솔직한 관계일 때 결혼을 생각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너희가 잘하겠지! 그래도 이성 문제로 고민이 있거나 깊은 생각이 필요할 땐, 이모랑 삼촌을 찾아갔으면 좋겠어. 비밀을 지켜줄 가족이면서, 너희에게 사랑의 조언을 해줄 친구이기도 하니깐.
너희에게 이것만은 꼭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어.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세계를 넓혀 나갔거든. 꼭 책이 아니더라도 너희도 그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어. 너희가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는 그런 것들 말이야. 그리고 글쓰기. 엄마는 글로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엄마 스스로를 발견해 나가기 시작했거든. 감정도, 생각도. 일기든, 메모든 다 좋아. 너희만의 기록을 해나갔으면 좋겠어. 이것만큼은 꼭 노력해 주렴.
아빠는 표현이 좀 서툴러. 너희에게 '사랑한다' 말하기를 어색해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 그럴 땐 아빠를 꼭 안아주겠니? 가끔은 너희가 먼저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해줘.
알지? 엄마는 너희를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 싶어 하는 걸? 여전히 그럴 거야. 너희를 계속 보고 있겠지만 너무너무 보고 싶을 거야. 너희가 웃으면 같이 웃고 있을 거고, 너희가 울면 같이 울어줄 거야. 그리고 포근히 안아줄게.
주변에 재밌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항상 웃겨서 발라당 드러누워 배꼽 잡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엄마를 다시 만날 어느 날 그런 것들을 자랑삼아 이야기해 주면 좋겠어.
항상 말하지? 사랑할 줄 알고, 사랑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렴.
사랑한다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