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오전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by 공담소

"엄마가 꼭! 꼭!! 꼭!!! 나 데리러 와야 해요! 꼭!!!! 뭐 가지고!!!"

첫째는 등원하며, 현관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소리친다.

하원할 때 아빠가 아닌 엄마가 와야 하고, 간식을 가져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투명하게 내비친다.

그리고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사랑한다, 차렷, 경례' 같은 것들을 하며 인사를 이어간다.

남편은 지겨운 듯 아들을 끌어당겨 문을 닫는다.


순식간에 찾아온 정적. 조용해진 틈을 타 둘째 낮잠을 재운다.

아기는 컨디션에 따라 컨펌을 내린다.

'흠, 3시간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 그건 어렵고요. 1시간 반 정도로 하시죠? 그럼, 수고~'

스르륵- 눈이 감기면 자유시간 결재가 승인된 것이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유.

뒷걸음쳐 방 밖으로 나온다.


'믹스? 캡슐? 헤이즐넛 액상?'

행복한 고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커피는 한 잔 해주어야 한다.

아기가 낮잠을 일찍 잘 수록 커피 맛이 더 좋아진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 파였지만, 육아를 시작하고는 뜨거운 커피 파로 환승했다.

뜨거운 김을 타고 오르는 진한 커피 향에 긴장을 풀게 하고는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묘한 쾌감을 남긴다.

큰 파도가 넘어간듯한 카타르시스. 온몸으로 퍼지는 카페인.

잔파도가 손끝과 발끝에 이르러 찡-하고 울린다.

이 신호는 글을 읽고, 쓸 시간임을 알려준다.


"이.. 이이잉..."

아직 한 시간도 안 되었지만 녀석이 시동을 건다.

잠꼬대인지 잠이 깬 것인지 분별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눈으로는 반 잔 남은 커피를 바라본다.

“으에에-엥-”

아무래도 끝인가 보다.


남은 커피가 섭섭한 내 마음을 다독여준다.

오늘 하루 부여된 자유시간이 이만큼이나 남은 거라고 말해준다.

잠시라도 찾아와 주어 고마웠다.

나의 낙원, 나만의 시간.




나·닫·시

둘째를 임신하고 어느 주말 오후에 가족들과 카페를 갔다.
10년 전쯤 유행했던 ‘허니브레드‘가 먹고 싶어서 찾아 나선 곳이었다.

어린 아들은 빵이 나오기 전까지 가만있지를 못했다.
의자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잠시 한눈을 팔면 그새 어디론가 가버려 쫓아다니느라 정신없었다.

빵이 나오고 아이가 잠잠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이 카페 분위기가 원래 그런 것인지 유독 조용하고, 테이블에는 한 사람씩 앉아 있었다.
커피가 각각 하나씩 놓여있고, 노트북이나 책 같은 것들이 펼쳐져 있었다.
뭔가에 몰두하고 열중하고 있는 저들은 모두 대학생쯤으로 보였다.

그런 그들을 한참 바라보다 남편과 마주쳤다.
“부럽다.”
이 말에 공감할 이는 남편뿐이라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남편도 공감의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좋을 때다.”

나도 한 ‘카페’ 했었다.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스트레스받으며 공부했고,
이력서를 복사, 붙이기 하면서 취업 때문에 불안했던 시기도 있었다.
과거로 돌아볼 때만 아름다운 청춘의 시기이다.

저들의 힘듦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지만
이기적이게도 마음속 깊이 이 말이 떠오른다.
“부럽다.”

인생의 선배들이 나를 보면 말할 것이다.
“나는 네가 부럽다.”
서로 부럽고 부러워서 ‘퉁‘쳐지는가 보다.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