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내적 대상 그리고 분신
프랑수아즈 돌토는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으면 엄마 병동과 아기병동이 분리되는 제도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폭력이라고 비판한다.
어떤 산모는 아기를 낳은 첫날밤 아기와 함께 있지 못하여 불안이 엄습해 오고, 아기가 나를 찾는 것 같고, 아기가 보고 싶어 밤새도록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둘째와 셋째를 낳을 때는 아기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 주는 산후조리원을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고등학생인 둘째와 중학생인 셋째는 첫째보다 정서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녀에게 첫째 아이를 낳아 병동이 분리되는 첫날밤, 그 엄마에게 엄습해 온 불안, 아기가 나를 찾는 것 같은 느낌, 아기가 마구 보고 싶어 지는 이런 마음이 든 것은 사실상 아기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음이다.
엄마는 아기의 상태를 그대로 읽어낸다.
그럴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이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하며, 건강한 아기로 양육되기 위해서는 엄마의 따뜻하고 공감적인 품이 꼭 필요하다.
갓태어난 아기에게 엄마가 사라지면 그것은 아기에게 죽음 본능으로 몰아가는 상황이 된다.
아기가 생후 6개월쯤 되면, 아기는 엄마가 잠시 사라져도 죽음의 공포까지 느끼지는 않게 된다.
영국의 아동정신분석가인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내적 대상(Internal Object) 개념을 제시한다.
현실의 엄마가 아기의 내면 안에 들어가서 내적 대상을 형성한다.
이 내적 대상이 형성되면, 아기는 엄마가 잠시 사라져도 엄마는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며, 어딘가에 엄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각하면서 불안할 필요가 없다.
성인이 되어도 정신증에 사로잡힌 사람은 내면에 그런 내적 대상을 가지지 못한다.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에 대해 심리적 대응물로 내적 대상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고 성격 또한 발달할 수 있다.
그래서 멜라니 클라인은 내적 대상이 개인의 정신 건강과 현실 적응, 대인관계 능력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내 안에 있는 내적 대상이 유령처럼 허물거리는 대상이거나 정체성 형성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공포, 불안, 상처 등의 부정적 경험이 현실적인 삶에 젖어들 것이다.
사람은 내적 대상 없이 현실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생물학에서도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행성에는 생명체가 없는데, 오직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있는 이유에 대해 제시되는 이론이 바로 미토콘드리아 이론이다.
다른 행성에는 단세포만 있기 때문에 생명체가 생겨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20억 년 전 단세포 생명체가 다른 생물체를 포획하여 내부에 수용하면서 흡수되지 않은 채, 별도의 생명체로 존재하여 단세포가 다세포가 되면서 새로운 생명체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론이 바로 엔도시토시스(Endosymbiosis) 이론이다.
단 세포 안에 다른 세포가 들어가면서 흡수되지 않고 타자로서 공존함으로써 에너지를 생산하고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하나의 세포 안에 수십 개 내지 수백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미토콘드리아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생성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세포는 건강한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 치료법이 성행하기 시작하였지만 아직은 실험단계이다.
현재 연구 중인 미토콘드리아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안토시안 (Antisense) 치료법: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바로 잡는 치료법으로, Leber's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과 같은 일부 유전성 시신경병증에서 연구 중이다.
골수 이식: 양성자기전증과 같은 일부 미토콘드리아 질환에서 사용될 수 있다.
비타민 보충: 비타민 B3 (나이아신)과 비타민 B2 (리보플래빈) 등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사 조절: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까지 다양한 대사 조절제들이 연구 중이다.
최근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하여 정신분열증을 치료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존재를 보면, 생명체는 절대로 혼자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이 발견된다.
나는 지금 멜라니 클라인의 <내적 대상> 개념을 프랑수아즈 돌토의 <분신>의 개념으로 초점을 전환해 보고자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의 분신>을 다 가지고 있다.
연애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연인과 멀리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마치 연인이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어떤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감정을 전달하곤 한다.
그 사람 안에는 연인이 연인의 분신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래서 연인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다.
내면의 분신이란,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인격이다.
대개 상상 속에서 형성되며, 종종 자아의 일부로 느껴질 수 있다.
때로 내면의 분신은 자신의 감정, 생각, 욕구, 행동 등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다른 인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분신은 자기 상담이나 자기 치유, 내면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내면의 분신은 일종의 자기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내면의 분신은 종종 자신이 되고 싶은, 혹은 하고 싶은 일을 대신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들이 창궐한다.
극 중에서 보여주는 좀비의 특징은 모두 태아기로의 퇴행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좀비는 태아가 자궁 내에서 발달시키는 청각, 후각, 미각 만 가지고 피를 빨 대상을 찾아다닌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좀비가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공포와 불안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그 드라마에서 좀비가 왜 학교에서 출현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학교에서는>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좀비는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좀비는 죽은 인간의 몸에서 일어난 괴생명체로, 고통과 상처, 죽음, 복수 등의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드라마에서 학교에 출현하는 좀비는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느끼는는 심리적인 고통과 상처를
상징한다.
이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 괴롭힘, 차별, 억압 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
학교는 보통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전달하고, 인간의 발전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드라마에서 학교는 이러한 가치와 규범에 대한 비판과 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좀비 아포칼립스에 대한 연상이다. 좀비 아포칼립스란, 좀비 바이러스나 감염병 등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하고 좀비가 지배하는 세상을 상상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학교 내부에서 발생하는 좀비 출현은 사회의 잠재적인 위협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학교는 보통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좀비가 학교를
침공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된다.
나는 이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오늘날 학교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적이어서 타자를 배제하고 유아론(solipsism, 오로지 나만 앎)적 경향으로 타락해 가는 경향성에 대해 보상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후유증을 잊지 못해 사회인이 되어서도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모습은 내면에 이를 보완해 주는 좋은 내적 대상, 좋은 타자가 없어 보인다.
이런 드라마(<더 글로리>같은 류의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학교의 현실은 매우 힘들다.
이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은 학교 폭력의 현실을 고발하여 폭력가해자들이 반성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을 기대하며 제작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오히려 기존의 학교 폭력에다 드라마가 제공해 주는 범죄의 잔인한 기법들로 인해 모방 범죄가 늘어나 학교 폭력은 더 교묘해지고 더 지능화되며, 더 잔인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폭력이 난무한 현실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돕고, 생존을 위한 협력을 하게 된다는 면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더 글로리>와 대조된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면에 분신을 만들어 낸다.
좀비의 출현은, 내적 대상이 없고, 내면에 분신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의 출현으로 인해 학생들이 서로 돕고 협력하는 모습은 내면에 분신이 있는 사람들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 시청자들로 하여금 각자 내면에 있는 분신, 내면의 타자들을 일깨워준다.
정신증 환자 내적 대상, 정신적으로 친구인 분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건강한 사람은 내면의 분신과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감정적 전이를 일으키면서 외부에 타자가 부재해도 스스로 존재할 수 있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정신증자는 내면의 분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감각이나 내장과 의사소통한다.
집안에 있을 때는 심장 뛰기가 내 안에서 자동으로 일어나던 것이 외부세계로 나가는 순간부터 심장이 뛰는 것이 심각하게 의식되고, 그런 사실을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숨겨야 할 타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천식의 경우, 숨 쉬는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일어나야 하는데, 숨 쉬는 것을 내 의지를 동원해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폐라는 장기가 '나'로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 인지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샤이니 종현의 유언장은 분신의 부재로 이해될 수 있다.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것을 이길 수 없었다... 막히는 숨을 틔워줄 수 없다면 차라리 멈추는 게 나아"
(참고 ; 나의 브런치 중 [내장과 피부가 뒤집히다])
샤이니 종현은 분신 대신 폐를 타자로 삼아야 했다.
분신이라는 타자와 대화할 수 있다면, 감정적 전이를 일으켜 정서적인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지만, 자아에 속하는 나의 장기를 타자로 사용하는 만큼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