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지옥(5): 사랑과 환멸(증오)의 변증법

미워할 수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

적절한 좌절


아기가 태어나면 건강한 엄마라면 자신도 모르게 아기에게 전적으로 몰두한다.

이것이 바로 '일차적 모성몰두'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3~6개월 동안 엄마는 아기가 원하는 것을 전부 해 줘야 한다.

이제 6개월이 되면, 엄마는 더 이상 일차적 모성몰두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동안의 100% 돌봄을 거둬들인다.

그것은 엄마는 아기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한 남편의 아내이기도 하고, 다른 형제의 엄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기는 엄마가 조금씩 떠나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엄마는 이런 형태로 <적절한 좌절>을 주는 것이다.


적절한 좌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아기가 요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다 해 주는 엄마는 나쁜 엄마다.

아기는 적절한 좌절을 당하면서 정신활동을 시작한다.

6개월부터 시작하는 '적절한 좌절'은 9개월쯤 되면서 더 큰 좌절을 겪게 된다.

이때는 엄마는 아기에게 그동안 잘 주던 젖을 끊어버려야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바로 이유(젖떼기, weaning)를 해야 하는 것이다.

아기에게 이유가 필요한 이유는 이제 아기는 말하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엄마가 과감하지 못해 이유를 늦추게 되면, 늦추는 만큼 아이의 말하기는 늦어진다.


과거에는 이유를 할 때가 되면 엄마는 자신의 젖가슴에 고약을 발라놓는다.

내가 어릴 때는 그런 엄마를 보면서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아기에게 굳이 저렇게 잔인하게 해야 하나?' 싶었다.


사랑과 환멸(미움)의 변증법


엄마는 아기에게 처음에는 젖의 달콤한 맛을 보여주지만, 이유기가 되면 아기에게 쓴맛을 보여준다.


쓴맛은 세상의 맛이다.

아기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의 쓴맛을 미리 맛본다.

아기는 세상의 쓴맛, 사회의 쓴맛, 조직의 쓴맛을 유아기에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미리 맛본다.

누구나 부모의 품을 벗어나면, 세상은 온통 거절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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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로부터 천국과 지옥을 맛본다.

천국을 맛봐야 지옥 같은 세상에서도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된다.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환멸을 맛볼 수 있어야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해도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을 기를 수 있다.

거절의 현실은 삶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이러한 거절을 미리 맛보지 않는다면, 그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삶의 가혹한 현실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한 아이들은 외부 세계로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성장과 잠재력을 제한할 수 있다.

자녀가 환멸과 사회, 거부, 조직의 괴로움을 일찍부터 맛보게 함으로써 부모는 자녀가 가족 단위 밖의 삶의 가혹한 현실에 대비하도록 도울 수 있다.

환멸은 아이들이 더 강하고, 독립적이고, 더 탄력적이 되도록 도울 수 있는 필요한 과정이다.



사랑과 미움의 통합이 없는 도덕적 방어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그 가정에서 생존하는 것이다.

부모가 모두가 아니라 해도 그중 지배적인 한 사람이 성격파탄자라든가, 인격장애자라고 하면 그 슬하에서 자라는 아이는 그런 환경에서 생존하기에 급급하다.

성격파탄자인 부모를 닮아 어릴 때부터 빗나가거나 사회반항적인 성격으로 자라게 되면, 그때그때 사회적 방어시스템에 부딪혀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역기능적인 가정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성질을 드러내지 못하고 얌전하게 살아가는 자녀가 있다.

아버지가 술이 취한 채 집에 들어와 고함을 지르고 가재도구를 집어던져도 이 아이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다.


"아버지, 저는 없습니다. 마음껏 화내십시오"


나는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이니 나 신경 쓰지 말고 화를 내고 싶은 대로 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수를 더 뜨면 도덕적 방어가 된다.


"아버지가 매일 저렇게 술 마시고 고함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내가 못 나서 그렇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아버지가 저렇게 화가 나신 거다."

"내가 머리가 나빠서 아버지에게 희망이 없는 거야."


이런 자녀는 유아기에는 엄마의 사랑을 받았을지 몰라도, 또는 사랑과 환멸의 통합이 일어났을지 몰라도 아동기는 그렇지 못하다.

이전의 사랑이나 통합을 발달시키지 못한 채, 더 이상 부모를 충분히 사랑할 수도 마음껏 미워할 수도 없다.


사랑과 환멸을 통합하지 못한 채 아동기를 지내면 그 아이의 정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자신은 항상 선의 위치에 있고, '내가 하는 행위는 모두 선하다'는 신념을 가진다.

반면, 그들은 '내게 나쁘게 행동하는 사람, 나에게 비우호적인 사람은 모두 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도덕적 방어>로 살아온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오류이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삶


부모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복잡하고 종종 모순된다.

한편으로 그들은 아버지의 행동의 결과로 깊은 슬픔과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가족에 대한 충성심과 심판이나 피해로부터 부모를 보호하려는 욕구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역기능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이 아이들은 평소에는 파괴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가족 구성원, 교사 및 친구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대신, 그들은 물러나고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족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 아이들은 종종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심지어 사이코패스에 이르기까지 정신 건강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고 취약하다.


이 아이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 또는 정신 건강 전문가와 같이 대화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와 지원을 통해 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대처하기 시작하고, 건강한 대처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그들이 견뎌낸 충격적인 경험으로부터 치유를 향해 노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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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기능 장애가 있는 가족 환경에서 생활하면 아이들은 무력하고 무기력하며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고 자신의 감정과 필요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학습된 무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여기서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믿기 시작한다.


사람이 자신의 역기능적인 가정환경을 넘어서지 못해 향후의 일생을 통해 자신이 받은 상처를 드러내는 데에 급급한 인생을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의 영향으로 무력하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사람은, 사회적 관계로 들어가면 늘 <을>의 위치에서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만 처하게 되면서 늘 억울한 삶을 살게 된다.

가끔 그런 역기능적인 환경을 극복한 결과, 힘과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갑>의 위치에 서게 되면, 그야말로 자기보다 약자에게 늘 <갑질>을 하게 된다.


역기능적인 가정환경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지원과 자원을 통해 이 아이들은 도전적인 시작에도 불구하고 번창하는 법을 배우고 계속해서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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