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자 : 피부접촉은 감각발달에 매우 중요한 것이겠군요.
분석가 : 그렇죠. 아이는 어머니의 안아주기를 통해 감각발달을 꾀할 수 있고, 감각을 발달시킨다는 것은 아이가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탐구자 : 어머니와 피부접촉을 많이 한 아이는 외부세계에 대한 자신감도 넘쳐날 수 있겠군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공감과 칭찬을 많이 받은 아이는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쉽게 진입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탐구자 : 어머니가 안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기가 어머니의 얼굴에 미소를 자주 볼 수 있다든지, 또는 어머니의 시선으로부터 공감받고 확인받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 같네요.
분석가 : 그렇죠. 자아 심리학자인 마가렛 말러는 "움직이는 인간의 얼굴이 최초의 의미 있는 지각대상이며, 소위 사회적 미소를 낳는 불특정한 기억의 흔적"에 대해 언급합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많은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봐 왔겠지만, 그것에 대해 아기는 지각하지 않습니다. 아기가 움직이는 대상에 대해 정서적으로 지각하는 첫 대상은 어머니의 얼굴에서 발견되는 것입니다.
탐구자 : 어머니의 얼굴에는 수많은 표정들이 있을 것 아니겠어요?
분석가 : 맞아요. 아기가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를 자주 보게 되면, 아기는 미소 동조 현상이 일어나서 어머니와 유아 사이에 주파수의 공명현상이 일어납니다. 그런 경험을 많이 하고 자란 사람은 세상에 대해 긍정적이고 자신감과 자기 확신에 차 있게 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에서 우울, 짜증, 슬픔을 보게 되면 아기도 어머니의 그런 정서적 표정에 대해 공조가 일어나면서 우울증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대해 늘 부정적이고, 비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탐구자 : 어머니의 얼굴을 보는 것 또한 중요한 피부접촉 반응이 되겠군요. 아기가 어머니의 시선을 마주치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아기가 자신에게 눈이 마주치는 것을 허용하고 고무시켜 줘야 합니다. 특히 마가렛 말러는 엄마가 유아에게 젖을 먹이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노래를 할 때 아기와 눈을 마주쳐 주는 것을 매우 중요한 정서적 양육방법이라고 생각하죠. 눈의 마주침도 피부접촉과 같은 것이거든요.
탐구자 : 언젠가 분석가께서 언급한 위니캇의 말, ‘한 사람의 전체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전체적 인간이 될 수 있죠?
분석가 : 내가 앞에서 언급한 말 중, 유아기는 인생을 포맷하는 시기라고 말한 적이 있죠. 그 말은 포맷된 인생이 앞으로 펼쳐 나갈 미래를 꿈꾸고 환상을 가지고 계획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뜻이죠. '한 사람의 전체적 인간'이란 '사람의 전체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기가 전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존재론적 전체성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대상관계이론에서는 '부분 대상관계'가 아닌 '전체 대상관계'라고 부르죠. 어머니의 역할의 한계로 인해 아기가 자신을 '한 사람의 전체적 인간'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환상의 결핍이 생기거나 결핍을 채우기 위한 환상을 가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탐구자 : 환상의 결핍과 결핍을 채우기 위한 환상은 어떻게 다른가요?
분석가 : 환상의 결핍부터 말씀드리죠. 사람은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그 환상은 현실에 근거한 환상이어야 해요. 그 환상은 피부접촉과 매우 밀접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어요. 피부 접촉이 부족하면, 사춘기나 청년기 되어서 이성을 접촉함으로써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해요. 결혼을 하면 접촉의 빈도가 성적인 접촉 외에는 점점 줄어들게 돼요.
그러다가 자녀를 낳게 되면 자녀와의 접촉은 빈도가 늘어나지만 배우자와의 접촉을 급격하게 줄게 돼요. 나이가 들면 이 증세가 심화되면서 노인이 되면 접촉 빈사상태에 들어가게 되죠. 이것이 일반적인 접촉의 사이클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모유 수유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은 환상이 풍부해서 나이가 들어서도 스킨십을 많이 하게 되죠. 그런데 모유수유 기간 중 접촉이 너무 부족하게 되면 ‘결핍을 채우기 위한 환상’으로 작동하게 돼요.
어떤 청년은 제게 고백하기를, 가슴이 두드러지게 큰 여자를 보게 되면 자기 손이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지하철을 탔을 때 타이밍을 절묘하게 잡아서, 문이 닫히기 직전에 여자의 가슴을 만지고 닫히는 문틈 사이를 빠져나가면서 도망간다는 겁니다.
환상 결핍의 예를 들기 전에 수수께끼를 하나 낼게요. 사과는 언제 따먹는 것이 가장 맛있을까요?
탐구자 : 가을에 따 먹어야 제대로 익어서 맛이 있지 않나요?
분석가 : 물론 그렇습니다만, 제가 원하는 답은 아닙니다. 사과가 가장 맛있을 때는 바로 훔쳐 먹을 때입니다.
탐구자 : (웃음). 그렇군요. 그런데 갑자기 생뚱맞은 수수께끼는 왜?
분석가 : 남자가 결혼해서 자기 아내 한 사람과 성관계를 지속시키려면 많은 환상이 필요해요. 남자들 중에는 나이가 40세만 넘어도 아내와의 관계에서는 더 이상 성적 환상이 발생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존재감이 차츰 시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상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중년기란 부부관계가 무르익어 가는 시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부부간의 성적관계의 즐거움도 깊이를 더하게 되죠. 그런데 환상의 부족현상이 일어나면, 줄어드는 존재감을 극복하기 위해 환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 즉 스릴 있고 몰래 절묘한 도둑질을 하게 되는데,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의 몸을 탐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죠. 이게 바로 ’ 환상의 결핍’입니다.
위니캇은 “그 환상은 젖가슴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아동, 가족, 그리고 외부세계}, 66)고 말합니다. 환상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사랑이 가지고 있는 공격성의 한계를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