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격화 과제: 몸과 정신의 통전

몸-정신 협응력과 운동신경





몸-정신의 통전의 문제를 보여주는 꿈에 대한 분석

분석가 : 그것은 자신의 무의식속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만일 분석 과정 중에 있다면 적절한 시기에 유아기 때 몸-정신의 통전 여부를 보여 주는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접한 내담자의 꿈을 말씀 드려보죠. 이 분은 상담 받은 지 1년 가까이 되었을 때 꿈을 꿨습니다.


꿈 사례


약 12층 정도가 되는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중에 5~6층쯤 이르렀을 때 엘리베이터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위를 보니 엘리베이터와 꼭대기 사이에 연결된 끈이 있는데, 끈이 간당간당하더라는 겁니다. 엄청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휴대폰이 있어서 관리 담당자와 통화하여 조치를 받아 무사히 나올 수 있었다는 겁니다. 꼭대기 층에는 건물주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건물주 할머니는 사람이 이런 위험한 일을 당하고서야 그때야 양말을 사주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더라는 겁니다. 본인의 생각에 ‘이건 용서해 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니죠. 사람 생명과 관련되어 있으니까’ 말이죠. 이런 생각이 들더라는 겁니다.


꿈에 대한 분석

분석가 : 저는 그 꿈을 듣고 내담자에게 혹시 5~6살 때 기억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대개 건물 층수는 자신의 나이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집안 일, 밭일 등에 바빠서 자신을 할머니에게 많이 맡겼었는데, 6살 때쯤 할머니가 자신을 데리고 생선을 사려고 했는지 바닷가로 데려가서 자신을 정박해 있는 배를 태우더라는 거예요(내담자는 제주도가 고향이다). 그리고는 할머니는 배 근처에서 장을 보고 있었대요. 그때 자신은 배에 그렇게 혼자 내버려졌는데, 배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더라는 겁니다. 그때 자신은 어떤 난간을 잡고는 혼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탐구자 : 그런데 이 꿈은 몸과 정신의 통전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요?


분석가 : 꿈에서 건물의 5~6층이라 할 때, 그것은 여러 가지 장면, 여러 시기의 무의식적 기억이 겹쳐 있다고 봐야 해요. 그 내담자는 벌써 6살 때 이미 잊혀져있던 기억이 떠올랐죠. 그런 기억을 하게 된 무의식적 기억은 더 초기로 더듬어 올라가야합니다. 아마도 태어난 지 5~6개월 때의 어머니와의 기억일 수 있습니다. 이 시기가 바로 어머니와 유아 사이에 몸과 정신의 통전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될 수 있는 시기이거든요. 6살 때 그렇게 흔들리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유아기 때 어머니의 품이 정신-신체의 통전을 확고하게 성취할 만큼 안전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죠.


탐구자 : 유아기 때 신체-정신의 통전이 일어나면 아이는 어떤 유익을 얻는 것인가요? 그 이야기가 앞에서 유아가 태어날 신체의 상태는 마치 모래뭉치와도 같다는 그런 이야기의 연장인가요?


분석가 : 물론 연장선상에 있죠. 아기가 신체적인 통합을 해 가는 과정에서 함께 수반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유아가 몸이 모래뭉치처럼 분열된 상태라는 것은 몸이 정신을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상태는 못 되는 것이죠. 유아기 초기에는 몸과 정신은 느슨하게 연결되어있어요. 그래서 어머니나 가족들은 아기의 몸을 마치 성전을 다루듯이 거룩한 존재로 대접을 해야 합니다. 양육자가 아기의 몸을 잘 다루어주면 정신이 몸 안으로 밀착하면서 붙게 되어 있습니다. 자고 있는 아기를 들어야할 경우, 건강한 어머니는 확 들어 올리지 않고 미리 몸에 그런 암시를 주면서 조심스럽게 몸을 들어 올립니다.


탐구자 : 그렇겠죠? 저라도 잠자고 있는 아기를 들어 올린다면 그렇게 살살 다루면서 들어 올릴 것 같은데요. 만일 자고 있는 아기의 몸을 확 들어 올리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나요?


분석가 : 아기는 몸과 정신이 느슨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몸은 들려졌는데, 정신은 아직 저 밑에 있어서 몸과 정신이 서로 분리되면서 아기는 순식간에 잠을 깨면서 울게 됩니다. 그 순간 체온이 싸늘하게 되고, 토하면서 식은땀을 흘리게 되는데, 심리적으로 유아에게는 엄청난 공포를 겪게 되는 순간입니다. 심하면 경기까지 오게 되죠.


탐구자 : 그 정도라면 후유증도 컸겠는데요?


분석가 : 유아기에는 몸-정신의 통전이 건강의 중요한 척도라 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하고 안전한 품을 충분히 경험하면, 정신은 몸이 가는 대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만일 둘이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몸의 활력이나 생생함이 그 만큼 떨어지게 되요. 그게 정신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정신력이 떨어지게 만들든지 아니면 생각만 많고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몸과 생각이 따로 놀게 될 수도 있어요.


탐구자 : 군대훈련소에서 가장 기본적인 제식훈련을 못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그것도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아서 그런 것인가요?


분석가 : 옛날에는 그런 사람을 ‘고문관’이라 불렀어요. 한 중대에 꼭 한 명씩 그런 고문관들이 있었죠.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아서 그래요. 좌향좌! 명령을 들으면 몸과 정신이 일체가 되어서 하나로 움직여야 하는데, 몸 따로 정신 따로 명령을 받게 되는 겁니다. 몸과 정신이 상호 간에 협응력을 잃어버린 결과입니다.


탐구자 : 아까 아기가 몸과 정신이 분리되면 토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즘 청소년과 아이들이 버스를 오래 타거나 하면 멀미를 많이 해요. 그런 것도 관련이 있나요?


분석가 : 물론입니다. 특히 버스는 이동 시에 승용차보다 많이 움직이는데, 버스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함께 많이 출렁거립니다. 만일 몸-정신의협응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정신은 몸과 따로 놀 수밖에 없죠. 그래서 멀미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는 승용차를 타서도 급하게 커브를 도는 순간 갑자기 멀미를 하는 경우도 있죠.


탐구자 : 그렇다면 몸과 정신의 통전의 문제는 운동신경하고도 관련이 많겠군요.


분석가 : 그럴 수밖에 없죠. 초등학생들이 줄넘기를 할 때, 줄과 몸이 일체가 되어서 원활하게 잘해 내는 아이들은 몸과 정신 간에 협응력이 높은 아이일 것이고, 몸 따로 줄 따로 노는 아이들은 그 만큼 협응력이 떨어지게 된 거죠.

young-woman-g17ec0dff9_1280.jpg

위 꿈에 대한 심화 분석

분석가 : 위의 꿈을 꾸었던 사람은 버스 타는 것을 매우 싫어해요. 왜 싫은가 물어 봤더니 버스가 흔들리는 게 그렇게 싫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해줬어요. ‘보통 사람들은 긴 여행을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자리를 잡아서 앉아 있다가 딱 출발하는 순간부터 잠에 푹 빠져들게 된다. 그런 사람은 버스의 흔들림을 리듬으로 삼아서 자게 되는데 흔들릴수록 깊은 잠을 자게 된다. 그렇게 2시간쯤 가다가 휴게소에 도착해서 딱 서는 순간 모두들 잠이 깨어 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해 주니까 그 꿈의 주인은 자기에게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 흔들리는 게 너무 싫은데 그게 어떻게 리듬이 되면서 잠이 올 수 있느냐는 겁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기서 꿈에 대한 분석은 더 깊어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꿈에서 5~6층이라는 것은 어머니 태중에서 5~6개월 때의 경험에 대한 느낌일 수 있어요. 프랑스 아동정신분석학자 프랑소와즈 돌토(Francoise Dolto) 박사에 의하면, 태아는 태중에서 바깥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의식적으로 다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흔들림에 대해 리듬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태중에서의 흔들림에 대한 경험이 가장 원형적이라 할 수 있겠죠. 꿈의 주인은 바로 그 당시의 정서적인 느낌이 좋지 못한 무의식적 경험을 동원하여 흔들림에 대한 불쾌감을 늘 동반하고 있는 것일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 꿈에 대한 분석을 좀 더 진행해볼까요? 혹시나 해서 제가 그 꿈의 주인에게 현재 나이를 물었습니다. 딱 49세였습니다. 이 꿈은 늘 가지고 있던 자신의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 즉 50대 ~ 60대에 대한 불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탐구자 : 분석가의 꿈 분석은 굉장히 깊이 있는 듯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해석을 지나치게 확장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분석가 : 동의합니다. 이 꿈에 대한 제 분석은 좀 지나친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꿈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꿈 주인의 무의식을 열어주면서 자신의 의식을 확장시켜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꿈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꿈 주인공이 자신이 받을 만하면 받고 아니면 유보하게 되죠. 자신의 꿈이기 때문에 분석이 딱 통하는 순간은 의식 영역에서 엄청난 자기 확장이 일어나게 돼요.


탐구자 : 그 꿈 주인은 어느 정도 받아들였나요?


분석가 : 받아들인 것은 5~6세 때의 그런 불안을 스스로 기억해냈기 때문에 그것이 유아기 때의 몸과 정신의 통전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50대 60대에 대한 미래 불안은 현실적으로 고민하는 것이기에 무리 없이 받아들이더군요. 그리고 태중에서의 흔들림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현실적으로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유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수용을 하게 되었죠.


탐구자 : 그렇다면 한 장면의 꿈이 엄청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셈이네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는 이를 ‘압축’이라고 불러요. 한 장면의 꿈 안에는 여러 상황들이 겹쳐 있다는 의미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성소와 같은 아기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