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자 : 운동선수들은 몸-정신 간에 협응력이 탁월하겠죠?
분석가 : 반드시 그렇지도 않습니다. 운동선수들 중에도 몸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둔한 동작을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죠. 2002 월드컵 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이 처음에 한국에 와서 한국선수들을 보고 한 말이 ‘기초체력이 부족하다’라는 말을 했죠. 그래서 많이 하게 된 훈련이 배를 땅에 대고 머리와 팔다리를 위로 뻗는 동작을 강화하는 것이었죠.
탐구자 : 왜 그런 동작이 필요한 거죠?
분석가 : 히딩크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신체활동을 관찰하면서 많은 선수가 각각 한두 가지 동작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뛰면서 동작의 불연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아기를 키우면서 그 동작이 바로 아기가 걷기 직전에 다리 힘을 키워준답시고 보행기를 태웁니다. 그래서 아기는 기어야 하는 시기에 기는 동작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아기의 신체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거죠. 히딩크 감독이 바로 그 부분을 캐치해 낸 거죠. 그런 협응력 훈련의 결과,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월드컵팀은 월드컵 4강까지 가는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죠.
탐구자 :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인데, 사람들 중에는 어디를 가도 잘 넘어지고 깨지고 자주 다치고 하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분석가 : 농담이지만, 그런 사람은 일단 상해보험을 들어야 되겠군요. 다치는 것도 패턴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 매년 6월이 되면 꼭 다치는 일이 발생해서 어김없이 깁스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탐구자 : 6월이라 함은 아까 꿈처럼 6살 때의 일을 떠올려야 하나요?
분석가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패턴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그것이 정기적으로 같은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되겠지요. 왜 꼭 6월이냐 하는 것은 본인의 무의식이 알겠죠?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6월이 되어도 그런 사고를 당하지 않게 되더니 지금까지 10년이 지나도 그런 일이 없어요. 제 느낌으로는 그때가 되면 뭔가 심리적인 부담이나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그 문제가 해결되면서 더 이상 그런 패턴을 반복하지 않게 된 것일 것 같아요.
탐구자 : 이런 짐작은 가능하겠네요. 6월이 되면 봄이 여름으로 바뀌는 시점이고, 봄은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절이라면, 여름은 땀나고 습해져서 몸이 게을러지는 심리와 관련되는 것이 아닐까요?
분석가 : 좀 지나친 상상인 것 같아요.
탐구자 : 위 꿈을 해석하는 중에 제가 알게 된 것은 몸과 정신의 통전의 문제가 인생 전반에 걸쳐 있다면 그 문제는 자아 형성과도 관계가 있겠구나 하는 겁니다. 맞습니까?
분석가 : 맞습니다. 유아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안에서 신체를 통합하고 몸-정신 간 통전을 이룩하는 결과로써 ‘나’의 개념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피부를 경계로 해서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탐구자 : 자아 형성은 상대적 의존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지 않았나요?
분석가 : 물론입니다. 자아의 형성은 의식이 들어오는 시점을 시작점으로 봐야 되겠죠. 그런데 자아가 의식을 가지기 전에 몸이 먼저 자아를 담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습니다. 그것이 바로 피부를 경계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죠.
탐구자 : 의식이 피부 경계를 인식하기 전에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나요?
분석가 : 피부 경계인식 이전에는 무의식의 리비도는 내장에 모두 몰려 있어요. 그건 이미 앞에서 조금 언급했던 부분이죠. 아기가 태어나면 배가 불룩해 있잖아요? 태중에서는 복식호흡을 하기 때문에 리비도가 배, 내장에 몰려있어요. 그러다가 폐로 호흡을 시작하게 되면서, 산소가 공급되는 몸 전반으로 리비도가 확산되어 갑니다.
탐구자 : 한의학에서는 피부는 폐가 관장한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영화배우 이 영애 씨가 생각나네요.
분석가 : 산소 같은 여자 말이죠? 별칭을 매우 잘 지은 겁니다. 그 배우는 얼굴이나 피부나 머리카락 등등 몸 전체가 생생해 보이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사진의 이미지조차도 생생하게 살아 있죠.
탐구자 : 그렇다면 말이죠, 우리의 몸에 정신이란 어디에 있는 건가요? 저는 지금까지 두뇌나 심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왔는데, 오늘 분석가 말씀을 들어보니까 생각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정신이라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들어와 있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분석가 : 그렇습니다. 뇌 과학에서 보듯이, 정신이 우리의 뇌의 작용이라는 것은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세계가 뇌에서만 그친다면 그런 생각은 우리 인간의 존재를 참으로 빈곤하게 만드는 겁니다. 인간의 다른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을 폐가 주관하지만, 피부도 호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죠. 우리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요?
탐구자 : 답이 빤해지네요. 온몸에 우리의 영혼이 담겨 있겠죠.
분석가 : 그렇습니다. 우리의 정신과 영혼은 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 가 있고, 세포마다, 기관마다 장기마다 다 들어 가 있습니다. 해부학을 모르는 시대에 살던 우리 조상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배로 생각한다고 여겼어요.
탐구자 : 세포마다 들어가 있다면, 세포는 6개월마다 죽고 다시 태어나잖아요. 그러면 우리의 정신도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인가요?
분석가 : 세포가 6개월 만에 죽는다는 것은 세포가 죽기 전에 복제를 하게 되죠. 그래서 마치 그 세포가 계속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러나 정신은 복제되지 않아요. 세포가 새것으로 바뀌는 만큼 정신은 연속성을 가지고 계속 변화하고 성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의 강의를 들어보면, 우리의 신체 중에 한번 자라면 세포가 죽지 않고 변하지 않는 곳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경(神經)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신경은 한자로 풀면, ‘신의 통로’이기 때문이라고 해요. 저는 그분의 설명이 맞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불변하죠. 우리 안에도 불변하는 요소가 있는데, 그 요소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신경인 셈이죠.
탐구자 : 그렇다면 하나님이 내 안에 계신다고 하면 바로 그 신경에 들어와 계신가요?
분석가 : 신경이라는 단어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은 불변하시는 하나님이 우리 안에 계신다는 것을 우리 몸 안에 변치 않는 물리적 표식으로 신경이지 실제로 그 안에 계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물리적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상징성을 가지고 봐야 합니다. 즉 ‘신경 쓰인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신경질 난다’ 등의 표현을 통해 나는 나의 자아의 상태와 물리적 상태 그리고 영적인 상태를 함께 봐야 하는 국면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