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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환상 결핍의 현실화

(이 글은 매거진 <정신적 호흡하기> 중 [유아의 전능환상과 내러티브] 의 후속 글입니다)


전능환상 실현을 위한 현실


유아기에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전능환상 체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였다면,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전능환상을 실현할 수 있는 꿈을 꿀 것이며, 성인이 되어서도 전능환상을 달성할 직업을 구한다거나 직업 외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채우려 할 것이다.


전능환상을 부르는 각종 증상들

전능환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람은 인생에서 어느 한 부분이 구멍이 나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 구멍은 정서적 구멍이다.

전능환상이 결핍된 사람은 이러한 구멍을 메우기 위해 가치관을 바꾸기도 하고, 삶의 주제를 바꾸며, 인생의 방향을 틀어버리기도 한다.

현실에서 그런 결핍은 여러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과대주의, 과시주의, 다단계 사기에 연루되기, 신흥 종교에 빠지기, 컬트 추종, 주식이나 코인투자를 통한 빠른 부의 추구 등 인간 행동의 영역에서의 특정 현상이 실제 시나리오로 나타난다.


엉뚱한 전능환상

어떤 청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 청년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청년은 '내가 기도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내가 기도했으면 할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나의 기도는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극복할 수 있는 전능한 능력을 가졌다는 말이다.


이 청년은 또 다른 전능환상에 빠진다.

이모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유는 내가 전도하지 않아서이다.

바꿔 말하면 내가 전도했다면 이모는 교회를 다녔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 교회를 안 다니는 사람이 많은데 그 이유는 내가 전도하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내가 전도하면 모든 사람이 다 교회를 다니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이 멈추지 않으면, 이 청년은 과대망상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전능환상

한때는 부업으로 돈을 벌어 보겠다고 주식투자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열정이 요즘은 주식투자와 코인투자로 나뉜다.

그 외에도 금융자본시장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돈에 대한 탐욕은 결국 보이스피싱을 부르고 각종 사기를 부른다.

사기꾼은 사기칠 때 절대 100% 사기치는 일이 없다.

사기꾼은 상대방의 마음을 5%만 제대로 흔들어 놓으면, 나머지 95%는 사기당하는 사람의 몫이다.

사기는 결국 스스로 사기치고,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술이 있는 곳에는 마귀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마귀가 직접 가지 않아도 술이 알아서 마귀가 원하는 상황으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나, 술이 들어가 이성을 잃으면 어떤 사고를 치는 일 등도 결국 그 사람 안에 해결되지 않고 잔재되어 있는 전능환상 때문이다.

다단계 전략에 휘말려 갈수록 덫에 걸려들고 마는 것 역시 그 사람 안에 있는 성취하지 못한 전능환상 때문이다.


과대주의와 우울증


전능환상이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과대주의이다.

엘리스 밀러(Alice Miller)는 [천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드라마]에서 과대주의와 우울증을 동전의 양면으로 다룬다,

과대주의의 이면에는 우울증이 있다는 것이다.


과대주의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밀러는 부모 자녀 관계에서 발생하는 과대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어릴 때부터 가족의 기대를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은 가족의 영광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한 능력, 재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에도 가족들의 기대를 성취해 가는데 실패하면, 가족들에게 엄청난 수치심을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집단에의 순응과 뛰어난 성취물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그는 이를 위해 과대주의적 성취물을 획득하는 데에 주력한다.


이러한 성취물은 일차적 욕구 충족을 위한 대체물에 불과하다.

과대주의로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했다 해도 그것은 자신의 욕구 충족의 대체물이기 때문에 공허 또는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의 과대주의적 성취물 뒤에는 우울증이 있다.

우울증은 때때로 질병, 무능력 또는 노화의 결과로 과대주의가 깨질 때 나타난다.


과대주의적 국면과 우울증적 국면이 교차하는데서, 그것들의 공통적인 배경을 인식할 수 있다. 과대주의와 우울증은 한때 실제로 성취물로 얻었던 ‘거짓 자기’로 묘사될 수 있는 동전의 양면이다.


밀러는 과대주의와 우울증이 같은 배경으로 작용하는 대표적인 직업군이 바로 배우로 꼽는다.


배우는 자신의 최전성기에 열광적인 관중들 앞에서 연기를 하고 가장 큰 위대함과 전능함을 경험한다.

만약 전날 밤의 행복감이 연기와 자신의 역할을 표현하는 창조적인 활동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반향 되고, 반영되고, 보이고, 이해받는 것에 대한 자신의 오래된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대체물 에 뿌리를 두는 것이었다면 다음 날 아침에는 공허함과 무익함, 심지어 수치심과 분노가 찾아올 수 있다.

전날 밤의 성공이 단지 아동기의 좌절감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다른 모든 대체물처럼 그것은 단지 순간 적인 만족을 가져올 뿐이다.



일차적 모성 몰두의 중요성



위니캇은 영아와 주 양육자, 특히 어머니와의 안전한 유대감이 개인의 정서적 웰빙 발달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유대감은 건강한 자아 정체성, 현실적인 자기 평가, 세상의 통제와 힘의 한계에 대한 이해의 토대가 됩니다.

어머니의 1 치적 모성몰두(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가 부족하면 아이는 자아 기능의 발달이 정지되어 보상 메커니즘으로 전능 환상을 갖게 될 수 있다.

그 아이는 성장과정에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항상 그 보상 메커니즘에 열중하며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과대망상증, 노출증, 다단계 사기, 신흥 종교, 사이비 종교 추종, 일확천금 투자 등의 실제 사례는 도널드 위니콧이 제안한 전능 환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아기에 아기가 어머니게 제공하는 모성애에 몰입하지 못하면 건강한 자아 기능의 발달이 방해받고, 개인은 자신의 무한한 힘과 통제력에 대한 왜곡된 믿음으로 보상하게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심리적 개념을 이해하면 이러한 증상에 공감으로 접근하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여 더 건강한 자기 권한 부여와 집단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


전능환상은 위에서 언급한 비정상적인 현실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 일상, 정상적인 종교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기독교 내에서의 전능환상이 어떻게 보편적 현상으로 나타나는가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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