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적 동일시의 첫 번째 단계
토마스 옥덴에 의하면, 투사적 동일시가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내면 내용을 상대방에게 투사한 후, 그 투사된 부분이 안에서부터 그 사람을 장악하는 무의식적 환상이 있다.
투사란 자신의 일부를 자신 밖으로 로 내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투사의 개념은 투사적 동일시 맥락 안에만 적용되며 그 밖의 투사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독립적인 과정으로서의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의 일부로서 투사 사이에는 성격적인 차이가 있다.
([투사적 동일시의 심리치료기법] 참조)
어느 대학에서 A라는 남학생이 B라는 여학생을 짝사랑했다.
어느 날 A는 B에게 직접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B는 A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A는 B를 사모하기를 한 순간도 놓치기 아까워한다.
버스를 타고 그녀 생각, 밥 먹을 때도 그녀 생각, 수업시간에도 그녀 생각, 잠잘 때도 그녀 생각뿐이다.
그렇지만 B는 A에 대해서는 냉담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A가 B에게 프러포즈를 하며 사랑을 고백했지만, B는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A는 B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너는 분명히 나를 사랑하는 데 너 자신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B는 어리둥절했다.
B의 의도와는 다르게 A는 그동안 B를 사랑하는 일에 너무 진지해졌다.
A는 이제 B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을 정도가 되었다.
A는 자신의 모든 것을 B에게 다 줘 버렸기 때문에 자신 안에 어떤 가치도 남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A는 B에게 사랑을 줬을 뿐 아니라, 마음도, 감정도, 생각도, 감각도 심지어 심장, 폐, 간 등 배속 장기까지 다 줘 버렸기 때문이다.
A는 B의 집을 찾아내어 B의 어머니에게까지 협박을 한다.
"제가 따님과 결혼할 수 없다면, 저는 차라리 죽겠습니다. 저는 따님이 아니면 삶의 의미를 못 찾겠기 때문입니다."
사실이었다.
A는 B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줘 버려, 자신은 껍질만 남았다.
나의 모든 것을 다 줘 버렸기 때문에 나 자신은 더 이상 소중하지 않게 되고, B가 더 소중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이 바로 투사적 동일시의 첫 번째 단계이다.
나를 상대방에게 줘서 상대방을 장악하고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B가 A의 사랑을 계속적으로 거절하자, 결국 A는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고백 후 10년이 지난 지금 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그의 삶에는 여전히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B에게 투사하였지만 거절당했고, 자신의 마음과 내장을 회수해 오지 못한 채, 껍데기처럼 또는 시체처럼 살아가고 있다.
14살의 정신병적인 강박증 환자 A는 자기의 원치 않는, 나쁜 부분들을 다른 사람에게 집어넣음으로써 자기의 나쁜 부분을 제거하는 무의식적 판타지와 관련된 투사적 동일시를 보여주었다.
A는 자주 그의 병든 뇌를 심리 치료사에게 집어넣고 싶다는 소원에 대해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치료사는 치료사 자신이 보았던 모든 차량 번호의 숫자들을 강박적으로 더하게 될 것이고, 치료사 자신이 자신의 것이 아닌 물건을 만질 때면, 다른 사람들이 치료사가 그 물건을 훔치려고 했다고 비난할 거라는 두려움에 고통받을 거라고 했다. 이 환자는 자신의 판타지가 단순히 자기에게서 어떤 것을 제거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에게서 추출된 어떤 것이 다른 사람 안에 살면서 다른 사람 안에서 그 사람을 통제하는 환상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현실 속에서 그가 자신의 병든 뇌 때문에 고통을 받듯이 판타지 속에서(치료사의 안으로 들어간) 그의 병든 뇌는 치료사를 괴롭히게 될 것이다.
(위 같은 책 인용),
A의 진술을 보면 투사적 동일시 환상이 자신에게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그는 추출된 요소, 자신의 병든 뇌가 다른 사람 안에 들어가서 그 안에서 그 사람을 통제하기를 원했다.
A의 마음속에서는 현실에서 자신의 병든 뇌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것처럼, 투사된 뇌가 환상 속에서 치료사를 괴롭히고 괴롭힐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투사적 동일시 현상은 원치 않는 측면을 다른 사람에게 외부화함으로써 자신을 제거하려는 무의식적 욕구를 강조한다.
A는 치료사에게 이런 형태의 투사적 동일시를 일으킴으로써, 자신이 병든 뇌로 인해 고통받는 데에서 일시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사례는 A의 정신 내에서 작용하는 복잡한 역학 관계를 강조한다.
치료자가 투사된 병든 뇌와 동일한 고통을 경험할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그의 심리적 상태에 내재된 왜곡된 지각과 사고 과정을 강조한다.
투사적 동일시를 이해하면 상담자는 내담자가 보일 수 있는 복잡하고 종종 혼란스러운 환상을 이해할 수 있다.
A 씨의 경우, 치료사는 자신의 병든 뇌를 자신에게 투사하는 무의식적 환상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했다.
투사적 동일시의 복잡성을 파악함으로써 치료사는 치료 과정을 더 잘 탐색하고 A의 근본적인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지원과 개입을 제공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투사적 동일시는 내면의 대상을 포함한 자신의 특정 요소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는 심리적 과정을 나타낸다.
A는 자신의 병든 뇌가 치료사를 통제하고 괴롭힐 것이라고 믿으며 자신의 병든 뇌를 치료사에게 전이시키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투사적 동일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은 A와 같은 개인에게 효과적인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고 근본적인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