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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음'을 들이쉬고, '나쁨'을 내쉬다

투사적 동일시

최초의 좋음과 나쁨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서 커다란 리비도(정신적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리비도 안에는 두 가지 요소가 서로 섞여 있다.

좋음과 나쁨, 사랑과 공격성, 생명본능과 죽음본능 등이 그것이다.

최초의 리비도는 좋음보다는 나쁨이, 사랑보다는 공격성이, 생명본능보다는 죽음본능이 우세하다.

이 두 요소들이 함께 섞여 있게 되면 좋음, 사랑 그리고 생명은 그 반대측면에 의해 삼켜질 것이다.

그래서 아기는 '좋음'을 보호하고 확장해 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둘은 나눠 놓는 것이다.

좋음과 나쁨을 갈라놓고, 사랑과 공격성을 갈라놓으며, 생명본능과 죽음본능을 나눠 놓는다.

나쁨과 죽음에 속한 것은 공격성을 가지고 밖으로 투사를 한다.


이런 개념적인 것이 실제 신체대사 활동을 통해 실현된다.

사람은 누구나 산소(좋음)를 들이고 이산화탄소(나쁨)를 내 보낸다.

아기는 공격적 환상을 통해 크게 두 가지 형태의 신체활동을 통해 '나쁨'을 내 보내고(투사) '좋음'을 들인다(내사).


그 첫 번째 유형은 아기가 어머니의 젖을 물고 빨면서 '좋은 내용물'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구강충동을 중심으로 '좋음'을 내사(들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항문 직장 및 요도 충동에서 비롯되는 위험한 물질, 특히 대변 소변을 자신으로부터 어머니의 몸으로 배출하는 것과 관련된다(적어도 아기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러한 해로운 배설물 외에도 증오로 가득 찬 자아의 파편화된 부분도 어머니에게 투사된다.

아기는 이 투사를 통해 대상(어머니)을 해칠 뿐만 아니라 대상을 통제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이 시기의 아기는 어머니를 별개의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 자신의 나쁜 자신의 화신으로 간주한다.


좋음과 나쁨은 어디서 오나?


멜라니 클라인에 의하면, 초기 유아는 약 6개월 동안 좋음과 나쁨으로 나누어 철저하게 이분법적으로 살아간다.

이러한 좋음과 나쁨을 아기가 처음부터 장착하게 되는 것을 클라인은 '체질적 또는 헌법적(constitutional)'이라고 표현한다.

constitution이라 함은 법률용어로는 '헌법'을 의미한다.

헌법이란 그 나라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을 말하는 것이다.

아기는 좋음과 나쁨을 몸자기(bodily self)의 헌법으로 삼아 살아간다.

마치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나눠진 것처럼, 좋은 헌법과 나쁜 헌법이 공존하는 몸 자기로 삶을 영위한다.

이처럼 유아는 인생 최초에 '좋음'과 '나쁨'을 몸에 장착하면서 외부세계를 이해하는 고유한 방식을 갖춘다.

그 외부세계라 해 봤자 어머니이며, 그 어머니도 사실은 유아 자신과 하나로 융합된 존재이다.


이러한 선천적인 이분법적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는 여러 가지 요인의 조합에서 비롯되는데, 그중 하나는 엄마 뱃속에서의 아기 경험이다.

아기는 어머니 자궁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가장 안전하게 느껴 마치 낙원처럼 여기게 된다.

그리고 아기는 자궁 밖의 세계도 자궁 안에서의 '좋음'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기며 바깥 세계를 동경한다.

이러한 동경은 자궁의 한계를 넘어 세상을 탐험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보편적인 욕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아기는 외부세계를 동경하여 산도를 통과하면서 수많은 구부러짐과 회전을 겪으며 극심한 고통을 경험한다.

다기는 출생과 동시에 외부 세계가 자궁의 낙원 같은 환경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기는 생소한 세계에서 낯선 사물과 감각에 둘러싸여 불안을 유발한다.

이러한 불안은 그토록 동경하던 외부 세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세계는 자신의 취약한 존재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발생한다.

아기들은 이러한 외부 세계의 요소를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박해 불안이다.

박해 불안은 아기가 주변 사물과 사건에 의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씨름하면서 발생합니다

박해 불안 경험은 유아가 외부 세계가 위험하다는 것을 배우고 이에 적응해 가는 동시에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든다.

이러한 박해 불안이 유아 안에 있는 '나쁨'으로 경험하게 한다.


편집분열 -> 우울 -> 회복


좋음과 나쁨의 이분법은 유아가 6개월이 지나면서 하나로 통합된다.

이러한 통합과정에서 유아는 일시적으로 우울해진다.

그 우울함은 또 다른 6개월 동안 지속된다.


유아가 두 번째 6개월을 우울한 상태를 어머니와 함께 잘 지내고 나면, 완전한 회복을 경험한다.

이 회복은 존재의 다른 차원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상태는 이 '회복'의 상태이다.

여기서 존재의 통합이 일어난다.


우리는 일평생 이 세 과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최근 유명한 영화배우가 마약 복용으로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그는 왜 마약을 복용했는가?

그것은 바로 존재발달을 위한 세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회복충동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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