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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국전쟁>(1) : 시간 여행을 하다

이 국가, 이 사회, 이 시대의 기원을 여행하다


목적지가 곧 기원지


환갑이 훌쩍 넘은 이 나이에 항상 가고 싶은 곳, 뇌리에서 늘 떠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살던 고향이다.

어릴 때 뛰어놀던 골목이며, 넓은 공터, 붙들고 엉엉 울던 나무, 개울, 산과 들판 등의 영상은 늘 나의 머리 안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자료들이다.


양자물리학자인 김상욱교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가고 싶어진다. 그것은 자기 존재의 기원을 찾고자 함이다."


Stephen Hawking 박사는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물음의 답을 발견하다면,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라고 말했다.

이 보다 더 근원적인 말을 한 시인이 있다.

그는 바로 영국의 시인, T.S. Eliot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탐험이 끝나는 때는 우리의 시작이 어딘지 발견하는 순간이다. “


우리의 인생은 나그네의 삶을 살면서 '더 나온 본향을 사모하면서, 물리적 세계 안에 사는 시간 여행자이다.


내가 죽는 순간, 그 순간은 내 삶의 시작점인 유아기를 발견하는 순간일 것이다.

엘리옷의 말대로, 우리의 죽음의 순간에 내 삶의 기원을 발견함으로써 인생의 시작과 끝이 완성하게 되는가 보다.


우리 인생은 이렇게 죽음의 시간이 내가 시작한 시간과 만남으로서 인생시계의 완성을 이루게 된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어느 시집을 인용하면서,


"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을 만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의 시간부터 그 이후의 시간을 다 등에 진 채 살아간다.

그러다가 죽음의 순간에는 등에 지고 있던 시간이 눈앞에 거꾸로 펼쳐지면서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된다.

주마등 같은 영상이 거슬러 올라가는 마지막 순간, 나는 나의 유아기를 보게 되면서 각자의 본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탄생한 아기가 다시 어머니의 태중으로 거꾸로 들어가는 것이 각자의 죽임이자, 자기 본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삶 중에 가장 낙원 같은 곳이 어머니의 자궁이었던 것처럼, 우리는 죽어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천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태 18:3)


우리 인생에서 유아기가 왜 중요한가?

그것은 창조의 첫날이 다른 날보다 밀도가 가장 높아 가징 긴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우리의 시작지점인 유아기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밀도 높은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신분석학 중 대상관계 이론이 바로 그 시점을 다루는 유아기 심리학이다.

자신을 알고자 한다면, 자신의 유아기를 돌아보면 된다.


이런 작업은 천체 물리학에서도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다.

천체물리학에서 궁극적으로 찾는 별은 우주의 기원이 되는 최초의 별을 찾는 것이다.

그것은 그 최초의 별을 발견하면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국전쟁, 우리 사회의 기원을 알리는 영화



진중권은, "제발 이런 영화는 안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자신만의 희망사항인데, 그는 마치 모두의 소망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건국전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이 사회, 이 시대의 기원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진중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아마도 감독이 보수적 시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안들었던 것일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렇다면 보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적 시각에서 동일한 형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그렇게 되면, 이 사회는 팩트와 팩트를 놓고 공정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그동안 우리가 마땅히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로 인해 나는 내 안에 있던 너무나도 많은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는 좌에 있는 사람이건, 우에 있는 사람이건 마땅히 봐야 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국가, 사회, 시대의 기원을 알기 위해서 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이 국가에 살고 있는 나, 이 사회에 살고 있는 나를 알기 위해서는 그 기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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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아기는 완벽한 시대가 아니며, 처음부터 실패를 맛보는 시기이다.

그 시기를 보면서, 나의 어머니의 품, 어머니의 양육은 완벽하지 못해 나는 실패하는 어머니를 보게 된다.

그 시기에는 꼭 실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날 내가 실패하는 이유와 잘하고 있는 이유, 내가 남다른 이유, 나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들의 기원이 바로 유아기이며, 나를 품어주는 어머니에게서 그 모든 이유들의 시작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어머니나 아버지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나를 위해 실패한 어머니를 이해하고 안아 줄 수 있게 된다.

내가 부모님보다 나은 인생을 살지 못한다면, 부모님께 대한 원망과 비난과 책임전가로 점철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잘 해내거나 잘 살아가는 이유를 부모님에게 찾게 되면서 감사하게 되고, 또한 실패한 이유들을 헤아려 보면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마음속에 다시 한번 품어 보게 된다.

나는 분명히 부모님이 사시던 시대보다 나은 시대를 살고 있고, 부모님의 삶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다.

그것은 부모님의 희생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부모님의 실패 또한 내 인생의 성공의 요인이 되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 to be continued ----------------

(2) 편 예고 : '실패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듯이 실패한 부모가 곧 성공한 부모이다 '라는 내용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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