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저서[여자란 무엇인가?]는 여자에 대해 탁월하게 분석한 명저이다. 그런데 이 책이 과연 남자에게 여자를 잘 알게 해 줄 수 있을까? 만일 여자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은 남자가 이 책을 읽는다고 연애를 잘할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 책은 남성적 사고로 여성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남자는 여자를 이성(理性)으로, 지성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남자의 이성으로 여자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여자의 what(무엇)’에 관한 것일 뿐이다.
어떤 남자가 여자에 대한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을 듣고 그대로 이행한다고 해도 그것 또한 여자에 대한 그 무엇(what)을 파악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남자들의 이러한 태도는 여자에 대한 지식을 정복하듯이 여자를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애할 때 남자는 간까지 내어 줄 것처럼 속을 다 비워 여자에게 준다. 여자가 여기에 반해 결혼했다면 결국 자신의 간까지 내어 줘야 하는 지점에 도달한다.
남자가 여자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돌변하는 이유는 남자는 자기 아내의 여자 됨에 대해 what으로 접근할 뿐, who에 대한 관심의 부재 때문이다.
남편이 자기 아내에 대해 what의 지식의 관점을 가지고 대하는 만큼, 자기 아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수십 년을 한 이불 덮고 살아도 남자는 자기 아내가 누구인지 알고자 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내에 대해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무엇’과 ‘누구’의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조차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많은 부부가 무늬만 부부일 뿐 영원한 타자로 살아간다.
남편이 아내에게 ‘당신은 이런 여자로 살아 줬으면 좋겠어’ 할 때, ’이런 여자‘는 남편의 ‘여성성’이다. 이런 요구를 받는 아내는 대개 자신의 여성성을 포기하고, 남편의 여성성에 맞춰 산다. 나의 고유한 여성성이 아닌 한, 그 여성성은 여자의 그 ‘무엇’에 해당한다. 갓 들어온 신병이 자기 삶을 살지 못하고 최고참이 원하는 삶을 살 듯, 아내의 여성성의 자리에 남편의 여성성이 들어와 주로 남편이 원하는 모성적 역할을 하게 된다. 최고참이 내게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듯이, 연애할 때 남편이 내게 너무 잘해 줬기 때문에 그런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