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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 들어가 혼자 싸우는 꿈을 꾼 소년

친구를 두고 이사를 해야 하는 소년의 심리를 꿈으로 표현하다

꿈내용


꿈에서 나는 택티컬 슈팅 게임 '발로란트'를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직접 레디언트 요원(Agent)이 되어 맵 안으로 들어간 듯이 느껴졌습니다. 총(Weapon)을 들고 실제 상황처럼 생생하게 교전(Engagement)을 벌이며, 적을 처치하고 킬과 데스를 확실하게 체크했습니다. 가장 생생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스파이크 해체(Spike Defuse)' 상황이었습니다.

상대팀 요원은 <하버(Harbor)>와 <네온(Neon)>이었습니다. 공격팀인 그들이 '스파이크'를 설치하려 하자, 나는 팀원들 몰래 우회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우연히 포착했습니다.

나 혼자 사이트를 향해 곧장 진입했고, 그들을 추적한 끝에 스파이크가 설치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은 지하 동굴처럼 생긴 맵 구조였으며, 스파이크는 중앙 수영장 옆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매복 중이던 하버와 네온을 발견한 나는 지체 없이 총을 난사하여 두 요원을 모두 처치했습니다. 곧바로 스파이크로 달려가 '해체'를 시도하려 했으나, 타이밍을 알리는 알람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꿈분석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어느 날 이런 꿈을 꾸었다.

게임 속 요원이 된 것처럼, 직접 총을 들고 적을 쫓아다니며 숨 막히는 전투를 벌이다가 마지막 순간에 알람 소리에 깨어나는 꿈이다.

꿈속의 공간은 지하 동굴 같았고, 소년은 혼자 그 안으로 들어가 스파이크를 해체하려고 애를 썼다.


이 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아이가 현실에서 겪는 변화와 자연스럽게 닿아 있다. 곧 다른 도시로 이사해야 하고, 그곳에서 중학교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친구가 많은 아이에게는 큰 변화다.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복잡해지기 쉬운데, 이사를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결정은 아이의 뜻과 상관없이 이미 정해져 있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모두 불안으로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 지금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 낯선 환경에 대한 긴장감 같은 여러 감정이 뒤섞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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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아이는 혼자 적을 쫓아가고 혼자 스파이크를 해체하려 한다.

이 장면은 아이에게 지금 일어난 변화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 현실에서는 가족이 함께 움직이고 어른들이 결정을 내리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낯선 곳으로 옮겨가는 과정 전체가 그저 “내가 겪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꿈속의 총싸움이나 빠르게 움직이는 적들은 꼭 어떤 특정한 인물을 상징한다기보다, 아이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속도감, 불안과 기대가 섞인 마음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한 것일 수 있다.

아동의 꿈은 언제나 매우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무섭다”는 감정이 괴물로 나오고, “속상하다”는 감정이 폭풍처럼 등장하듯, 아이의 마음이 복잡할 때는 꿈도 복잡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겨우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간에 알람이 울려버린다.

이 부분은 아이가 지금 겪는 변화가 아직 마무리가 나지 않은 일,

즉 “결정된 건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 이사를 가지 않았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니며,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도 시작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진행 중인 상태인 것이다.


이 꿈은 그래서 어떤 ‘정답’을 알려주는 꿈이라기보다, 아이의 마음이 현재의 상황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꿈이 아이에게 “너 지금 힘든 거야”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진폭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는 점이다. 이사라는 큰 변화 앞에서 두려움도 있고, 기대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부담도 있으며,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꿈속에서 한꺼번에 나타났을 뿐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의미를 알려주는 ‘해석’이 아니라,


“그 꿈에서 어떤 기분이었어?”

“혼자 싸워서 힘들지 않았어?”

“그때 너는 어떻게 하고 싶었어?”


라고 다정하게 묻는 대화의 자리일지 모른다.


그렇게 묻고 함께 들어주기만 해도, 아이의 마음속 동굴은 조금 더 밝아지고, 혼자 싸우는 꿈의 장면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아동의 꿈에 대한 해석에 대한 윤리적 관점


“아이의 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해석이 아닌, 함께 이해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꿈을 마주할 때 우리는 종종 ‘이 꿈이 무엇을 의미할까’ 하고 궁금해진다.

어른들은 꿈을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방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동의 꿈은 어른의 꿈과는 아주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그래서 아이의 꿈을 다룰 때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


아동 꿈해석의 윤리: “해석 자체는 괜찮지만, 단정은 금물”

아이들은 스스로 느끼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 놀이, 이야기, 그리고 꿈은 자연스럽게 아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창문이 된다.

상담에서 아동의 꿈을 참고하는 것 자체는 윤리적으로 충분히 허용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지점들은 다음과 같다.


* 꿈을 객관적 사실처럼 단정해 해석하지 않기

“너는 이사를 스트레스받아서 이런 꿈을 꾼 거야” 같은 말은 아이의 마음을 한 줄로 묶어 버리는 위험이 있다.


* 부모에게 꿈을 ‘확정된 의미’로 전달하지 않기

아이의 마음을 부모가 통제하려 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꿈을 병리적으로 보지 않기

아이의 모든 꿈은 정상이며, 발달 과정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 무엇보다, 아이의 주체성을 잃게 만들지 않기

꿈의 의미는 어른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윤리적으로 가장 적절하다.

결국, 꿈은 아이와의 대화를 열어주는 통로이지, 아이의 마음을 대신 해석하는 보고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분석 관점: 아이의 꿈은 ‘해석’보다 ‘함께 상상하기’

정신분석의 여러 학자들—안나 프로이트, 멜라니 클라인, 위니컷—은 아이의 꿈을 복잡한 상징으로 읽기보다,

그 꿈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분위기를 아이와 함께 느끼는 과정에 더 깊은 가치를 두었다.

아이의 꿈은 원래 심플하고 직접적이다. 괴물이 나오면 “무섭다”는 마음이, 총을 쏘면 “싸우고 싶다”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날 뿐이다.


그래서 상담자


“너는 이런 마음이야” 하고 해석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꿈에서 조금 무서웠겠다”

“혼자 싸워서 힘들지 않았어?”


하고 아이의 감정을 함께 느껴주는 사람에 가깝다.


성인처럼 복잡한 무의식의 상징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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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존 해석은 조정이 필요했는가

성인의 꿈을 다루는 방식은 종종 상징을 복잡하게 얽어 읽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 방식이 맞지 않는다.


스파이크가 ‘문제’, 적이 ‘감정의 장애물’, 동굴이 ‘무의식의 공간’이라는 식의 해석은

너무 성인 중심이고, 아이의 발달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지금 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상징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사해야 하는 상황,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 앞에서 느끼는 긴장, 이런 실제 경험이 아이 꿈의 배경이 된다.


그래서 아이의 꿈을 다루는 가장 적절한 방식은 '해석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고, 아이의 감정이 말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결론: 아동의 꿈은 해석이 아니라, ‘함께 이해하기’


아동의 꿈은 상담에서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나 두려움, 기대나 갈등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할 때의 원칙은 분명하다.


단정적인 해석은 피한다.

전문가적 용어로 과도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이 꿈은 네 무의식이야’ 같은 접근도 적절하지 않다.

대신 아이가 직접 꿈의 느낌을 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모에게 전달할 때도 “이런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와 같은 완곡한 표현이 가장 안전하다.


꿈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에 다가가는 따뜻한 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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