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거나 예민한 사람은 사람의 말을 듣는 동안에도 그가 하는 모든 무언의 언어들을 관찰한다.
상대의 얼굴이 잠깐 굳었던 순간, 무언가 지루한 듯 다른 곳을 바라보는 눈길, 웃고 있었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어색한 입꼬리. 혹시 내가 무언가를 잘못 말한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을 꽤 오래 붙잡고 있던 날들도 많았다.
아마도 나는 누구에게도 미움받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고, 조용히 사랑받는 사람이고 싶은 바람이 어떤 날에는 마음속에 불안이라는 작은 웅덩이처럼 번진다.
그 불안의 웅덩이는 오래도록 내 안에서 돌고 번졌다 말랐다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남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읽어내는 그 예민함은, 사실 타인의 아픔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다정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함을 이제는 안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을까 고민하며 지샌 밤은 결국 내가 그만큼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고 싶어 했던 흔적일 뿐이다.
내가 읽어낸 상대의 굳은 얼굴이 사실은 그저 고단한 하루의 그림자였음을.
타인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건, 불안해하는 나를 가만히 다독여주는 내 안의 손길임을.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나를 아끼는 몇몇 사람 곁에서 나는 충분히 좋은 사람임을.
웅덩이에 고인 물이 언제나 맑을 수는 없겠지만, 그 물결이 잔잔해지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