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그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그 일이 일어날지 혹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니까 미리 대비를 완벽하게 할 수도 없다.
즉, 불안은 모름에서 오는 것으로 무지에서 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겪는 불안은 다 모름에서 오는 것들이다.
내가 잘 알고 있다면 불안보다는 부딪혀서 해결을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최근 극도의 불안을 자주 느낀다.
살면서 ‘내가 지금 엄청 불안하구나.’라고 인지한지가 몇 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인생 최고로 그야말로 ‘불안’의 공간에 갇혀버린 상태이다.
그렇다고 일상이 깨지거나 엄청난 변화가 있거나 하지는 않는다.
‘불안’을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로 덮고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로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있다.
불안의 원인을 애초에 제거해야 하지만 때로는 현재의 능력으로는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다.
시간이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꾸만 새로운 경험이나 자극들로 애써 불안을 포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우선 올해의 목표를 수정하였다.
원래는 수입의 20~30%는 저축을 하는 것, 대출금을 갚는 것, 개인연금을 가입하는 것이었으나 의도치 않게 채무가 생기면서 저축이고 뭐고 일단 다 엎어졌다.
0에서 시작이 아니라 마이너스로 회기 할 판이다. 인생 참.
꽤나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직장인으로써 생각도 못할 일이었는데. (갑자기 또 화가 올라오네)
어느 심리테스트였던가.
내 삶에 은은하게 화가 깔려있다고 했는데, 이러니 화의 불씨가 사그라질 날이 없나보다.
사람을 잃고, 돈도 잃고 그래서 내 자신도 잃을 위기에 처해있는 나는 불안을 어떻게 극복이라 말하고 사실은 포장하고 있는가.
2025년은 무조건 나를 성장시키는 해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2026년이 됐을 때 ‘야 이것들아, 내가 이렇게 강한 *이다.’라고 보여주는 것이다.
처음 모든 문제들이 하루건너 하나씩 터졌을 때는 기적을 바랐다.
매주 로또를 사며 헛 기대를 하고는 했다. 당첨자들이 20명도 넘어 어느 때는 1등이 몇 억밖에 되지 않던데.
그래서 로또가 조작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조작에 나도 좀 포함해주지. 조작이라면 어떻게 알고 다들 당첨되는 것일까 궁금해 했다.
한 달 복권에 몇 만원씩, 절에 다녀오면서 한 장, 조상님께 빌면서 한 장, 금요일과 토요일 몇 장 씩 그러다 보니 공중에 흩뿌린 복권구입 돈이 꽤나 컸다.
어차피 조작설에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면 나 자신에 투자해야겠다 싶었다.
글을 쓰기로 했다. (어릴 적부터 꿈은 작가였다.)
글을 쓴다는 게 참 뭐 거창해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처럼 그냥 쓰는 거다.
뭔가 떠오를 때마다 한편씩 쓰고 기록하고 남긴다.
작은 수첩을 늘 가지고 다니면서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생각날 때마다 기록했다.
(아날로그를 사랑해서 손으로 쓰는 걸 좋아한다. 아이패드는 있지만 노션인지 뭔지 보다는 유튜브 시청용으로 사용한다. 애플워치는 있지만 일 년에 몇 번만 사용하고, 에어팟은 있지만 줄 이어폰을 쓴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보고 싶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나의 업무와 관련된 강사 양성과정에 신청했다. 이게 또 빡세서 가산점이 하나도 없는 내가 일단 신청서는 제출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오늘 확인해보니 불합격이다. 살면서 불합격이란 단어를 처음 접해봤다.)
그리고 수어교육을 신청했다. 수어로 소통하는 청각장애인을 만날 일은 극소수지만 그건 내가 수어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리라 생각하고 언젠가는 배우면 쓴다는 생각으로 (업무 특성상 반드시 쓸 날이 있을 것) 다음 달부터 배우기로 했다.
집을 나온다. 집순이 반, 밖순이 반이었는데 집안에서 퍼져있는 것보다는 밖이 낫더라.
(뭔가 해보고 싶다면 일단 집을 나오시라. 나오면 뭐라도 한다.)
가보지 않은 곳을 걸어본다.
수도권에 산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시골 쥐가 도시 쥐가 되고 싶어 경기도로 온지 15년째(서울은 못 갔지만 시골 쥐에게는 서울이나 경기도나 거기서 거기다.)
이제야 서촌을 걷고 북촌을 다니며 가보지 않은 곳곳을 걸어본다.
SNS에서 본 예쁜 카페가 있으면 저장했다가 다녀와 본다.
동네에 새롭게 생긴 공부하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글을 지어본다.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남들도 이렇게 하니 괜히 허리를 곧추 세우고 글을 써본다.
처음 가본 동네 길을 걷다 ‘저런 집은 얼마인가’하고 인터넷을 뒤적여보기도 한다.
몇 년 후에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와 자꾸만 새로운 것들을 넣어본다.
소품샵에서는 예쁘고 귀여운 것들을 구경하고 처음가본 독립서점에서는 대표님께 책을 추천받는다.
한순간 굉장히 애독가가 된 것 같아 입 꼬리가 씰룩인다.
보고 싶은 전시회가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관람하고, 관심 없던 전시라도 사람들이 많이 보면 따라 관람한다.
디자인 박람회, 도예박람회, 일러스트 페어 등 이것저것 다 겪어본다.
불안하고 절망스럽다면 평소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해보시라.
그러다 보면 나의 취향에 대해서 새롭게 알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되며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하루가 꽤나 괜찮게 흘러간다. 이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한 달, 일 년이 돼서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불안에 허우적 거리고 있다면 일단 올해는 그냥 나를 성장시키는 해로 만들어보고 이것저것 일단 질러보자.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이다. 불안이당신을 잠식시켜 버리는 것보다 당신은 불안을 이기는 힘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