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타투

by 공기북

15년째 버킷리스트 한 목록을 차지하고 있는 ‘타투하기.’ 이 정도면 습관적으로 그냥 적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의외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장 하고 싶어 한 버킷이다. 타투하기 밑에는 10년째 ‘체중감량하기와 일주일에 3번 이상 운동하기’가 있다. 이거야 말로 거의 지박령처럼 목록으로 남아있다. 영원이 지워지지 않을.

내 몸에 지워지지 않을 타투를 한다는 것은 나의 정체성을 새기는 것과 같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삶의 방향,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뭘 좋아하거나 원하는지 등을 타투로도 짐작할 수도 있다. 물론 그중에는 단순히 예쁘거나 멋져보여서 타투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 또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방법이다.

내 생에 첫 타투는 나의 반려묘다.

반려묘가 주는 무한한 사랑과 나에 대한 신뢰에 감사하고 소중해서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의미다. 이 작은 생명체가 주는 믿을 수 없는 행복이 너무 커 때로는 ‘내가 뭐라고’ 작게 읊조릴 때가 있다.

누군가는 다 늙어서 뭣 하러 하느냐는 말도 하겠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거라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생각했던 타투샵은 음침한 지하건물에 있을 줄 알았더니 넓고 쾌적한 삼층에 있는 곳이었다. 하얀 내부와 널찍한 곳, 깨끗한 조명. 창 너머로 초록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에 발가락 끝이 자꾸 오그라들었다.

팔 안쪽 알맞은 위치에 본을 뜨고 침대에 눕는다.

타투이스트는 거의 일초마다 바늘을 콕 찔러 색을 하나씩 쌓아갔다. 콕 찍고 닦고 콕 찍고 닦고.

어찌나 섬세하게 정성을 다하는지, 작고 여리한 몸에서 반짝이는 두 눈이 총총히 빛났다.

얇은 커터 칼로 까각하고 찌르는 듯 한 통증. 이것도 참을만한거라 ‘아 타투의 통증이 이정도 라면 앞으로 몇 번은 더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눈을 감고 바늘이 지나가는 감각을 하나하나 느낀다. 여기쯤은 수염일까, 귀일까.

세 시간 반쯤 지났을까 드디어 나의 고양이가 영원한 타투로 팔에 새겨졌다. 세상에, 털 한올까지 세세하게 표현하는 솜씨라니.

살아있는 나의 고양이 같아, 이제는 어디로 가든 외롭지 않겠다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만 배시시 웃음이 났다.

여러분 제 왼팔 좀 봐주세요 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제가 타투를 했거든요. 그것도 엄청 귀여운 우리 집 고양이로. 괜히 지하철 손잡이도 꽉 쥐어보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팔을 살짝 돌려보기도 한다.



앞으로 반려묘는 어디든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용기가 필요하거나, 위로가 필요하거나, 웃음이 필요하거나, 따뜻함이 필요할 때 이 아이가 어디든 있을 것이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면 햇볕냄새가 나는 고양이가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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