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무릎을 짚고 다시 일어난다

by 공기북

책을 읽다 주인공 어머니의 장례 이야기가 나왔다.

죽음을 다룬 글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일렁일렁 차올라 삼킬새도 없이 줄줄 흐른다.

상실의 경험은 잊혀지지도, 무뎌 지지도 않아 첫 문장만 읽어도 곧 감정이 주체가 안된다. 그래서 카페나 회사 등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는 되도록 읽지 않도록 한다.


책이든, 영화든 간에 죽음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나'의 죽음도 상상하게 되는데, 주인공의 부모의 죽음 이야기에도 나의 부모님 대신 '나'를 대입한다.

상상일지라도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상상하는게 미안하고 무서워 차라리 '나'를 주인공으로 세워야 마음이 편하다.


작년, 상실을 경험한 후에

아직은 그 어떤 상실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아픔과 슬픔이 너무 커 물방울이 하나 둘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듯이 상실의 슬픔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커져 바다가 되었다.

작은 개울가 냇물은 졸졸 소리를 낸다.

바다는 고요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슬픔의 소리는 고요해졌지만 크기는 바다처럼거대해졌다.


매일을 그 바다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다시 해변으로 휩쓸려왔다. 그러면 무릎에 손을 얹고 다시 일어난다.

두 무릎으로 다시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몇 조각쯤은 떨어져 나가거나 모서리는 깎여 둥글해졌으리라.

철퍼덕 주저 앉으면 모래속으로 빠져 다시 바다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쉼 없이 다시 양 무릎에 손을 짚고 끙하고 일어난다.

조각가루들이 쏟아진다.


이러다 어느날 주저 앉아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불안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믿으며 일어났다.

슬픔보다는 즐거운 일들로 하루를 채우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이라고 말한 아빠의 말들이 한글자씩 가슴에 콕콕 박힌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며 힘을 낸다.

한밤에 다시 바다로 들어갔다, 해변으로 휩쓸려 나오기를 몇 해나 더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오늘도 양 무릎에 힘을 주고 일어나 하루를 기꺼이 즐겁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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