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노을이 빨리 지고, 여섯시가 넘으면 금새 해가 완전히 진다.
어둠이 빨리 오는 계절은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간은 같은데
8시가 되어서야 해가 넘어가던 그 계절에서
가을로 넘어와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매번 맞이하는 가을이지만 낯설다.
누군가는 가을을 앓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심장이 조금 찌르르 하는 느낌이랬다.
생동감이 넘치던 가로수가 조금씩 앙상해지는 걸 보면
심장 테두리가 조금씩 메말라간다던가.
나는 가을을 사랑한다. 정확히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때,
가을의 저녁 공기냄새를 사랑한다.
활자로 표현하기란 한계가 있다. 모든 추억들이 그 중에서도 가장 예쁘고 아련한 기억들의
응축된 공기 냄새라고 해야 할까.
가을은 쓸쓸함의 계절이라지만,
나에게는 마음껏 산책하고, 못하는 사색을 시도할 수 있는 계절이자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는 계절이다.
“팀장님, 가을 앓이 하지 말고 잘 보내세요.”
“선생님, 저는 가을을 앓지 않아요. 정말 사랑하는 계절입니다.”
주변사람들이 가을에 서 있는 나를 걱정하는 말들을 많이 해준다.
일일이 가을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로 안심시켜 드린 게 벌써 네 번째다.
곧 낙엽이 질 것이다.
그럼 외근을 나갈 때마다 낙엽 무더기 위를 일부러 걸으며
바스락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아지겠지.
한 움큼씩 무리지어 있는 구름도 좋고,
버스뒷자리에 앉아 창문을 열어두고
바람을 맞는 것도,
그러다 잠이 들면 더 좋을 것 같다.
놀이터 그네에 아기들이 없으면
몰래 그네도 타보고 그러다 하늘도 올려다보는 건 더 좋다.
나는, 이렇게 가을을 사랑한다.
그리고 봄은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맞이할 것이다.
싫지만 싫어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여름을 이제야 보낼 수 있다니.
진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