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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처 없는 여행

자신을 돌아보는 잠깐의 휴식

by 공 훈

아무 생각 없이 정처 없이 떠나는 여행은 소소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삶을 살아가며 지치기 마련입니다. 일에 치여 사는 사회인들은 더욱 쉴 시간이 필요하지만 하루하루의 바쁜 나날 속에서 잠시의 휴식을 가지기란 어려운 과제이죠. 자신의 일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눈을 뜨고 일어난 다음날도 반복되는 한 주 동안의 삶을 살아가며 많이 지치지는 않았나요. 그럴 때는 하루, 훌쩍 떠나보아요.


어느 날 일들과 그 안에서의 인간관계로 지쳐갈 때쯤 훌쩍 떠났습니다. 그냥 도피하다시피 떠난 여행이었죠. 가방을 챙기고 그 안에 정말 필요한 몇 가지만 챙기고 몸을 기차에 실었습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생각을 덜어내고 싶었기에 휴대폰을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종착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풍경들은 봄이 온 것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죠.


기차가 도착하고 내린 곳은 부산역, 사람들이 북적이는 역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고 광안리로 향했습니다. 광안리 바다는 광안대교와 함께 아름다운 야경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광안대교의 반짝이는 불빛들은 마치 하늘에 떠있는 별처럼 밝게 빛났고, 그 위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며 한참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정말 나의 삶 속 중요한 것들을 지나치며 살진 않았는지,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 풍경 속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진 않았는지.’ 생각 속 바다에 깊게 빠질 때쯤, 모래알들과 함께 부딪치는 파도를 보았고 찰랑이는 파도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들어 신발을 벗었습니다. 발로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며 생각했어요. 차가운 파도의 온도와 모래의 부드러움은 상반된 특성이지만 서로 조화롭게 어울린다는 걸.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 중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차가웠지만, 계속 만나보니 부드럽고 따듯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상반된 겉과 속의 아름다움이었지만 그것이 나중엔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겉과 속이 상반된 사람을 싫어했지만, 정처 없이 떠난 여행 속 바다에 발을 담그며 떠오른 생각의 변화는 사람들을 볼 때 어쩌면 편협적인 나의 시각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광안리를 벗어나 청사포로 향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떠나지 않았기에 정해진 장소도 없었고, 그저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청사포로 가는 열차를 타고 내린 그 시각, 작은 방울들이 하나씩 땅에 내리기 시작했어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던 터라 사서 써야 되나 싶었지만, 많이 내리지 않는 이슬비였기에 오랜만에 비를 맞아보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물방울이지만 바다의 향기를 가득 품고 있었고, 눈으로 보는 바다가 아닌 향기로 맡는 바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직까지도 그 공간 속 향기가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계획된 여행 속 비는 달갑게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무계획으로 정처 없이 떠난 여행이었기에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어요. 인생도 항상 계획적으로 살아오다 보니 나만의 계획된 틀이 깨지는 걸 싫어했고 깨진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사람이었지만, 가끔의 무계획은 힐링을 선사한다는 걸 그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정처 없는 여행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항상 계획적으로 바쁜 일상을 살아오고 있진 않나요. 내 인생을 온전히 나답게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잠시의 정처 없는 여행은 바쁜 일상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작은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생각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오늘, 지금 잠시 떠나보는 건 어떤가요? 잠시의 여행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찾을 수 있길, 그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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