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왜 일을 시작했나요?”
오디오북 입니다 https://youtu.be/GalVGrHwVXM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가온의 질문은 낮고 조용했지만, 진수의 마음엔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는 테이블 위 손가락을 괜히 꼼지락거렸다.
“음… 그냥, 뭐… 그렇죠.”
애써 웃어보려 했지만, 입꼬리는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가온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말끝의 떨림, 고개 숙임, 짧은 숨소리까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조용한 눈빛으로 기다려주고 있었다.
진수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요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것 같아요.
하기 싫다는 것도 아니고,
좋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죠.”
그 말이 끝나자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가온의 침묵은 묘하게 따뜻했고,
마치 그동안 피하고 있었던 생각들을
조금씩 꺼내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가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야 하니까’ 하고 있는 일이…
처음에는 왜 시작하셨는지 기억나시나요?”
진수는 그 질문에 멍해졌다.
처음?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더라?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을 더듬었다.
면접을 보러 다녔던 날들,
밤을 새워 자기소개서를 고치던 기억,
졸업을 앞두고 불안했던 미래.
그리고 합격 전화를 받았던 순간의 떨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그때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막연하긴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어가다 진수는 멈칫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근데, 그 마음이… 지금은 잘 기억도 안 나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시스템 속 부품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가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의 마음을 잊은 건, 잘못이 아닙니다.
모두 그렇게 살죠.
다만…
‘지금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잠시 멈춰 생각해보는 것,
그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에요.”
진수는 말없이 그 말을 곱씹었다.
잃어버린 것.
단순히 열정이 아니었다.
존재감, 의미감,
그리고 스스로를 믿고 싶었던 마음.
가온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당신은 왜 일을 시작했나요?
그 시작의 문장 하나를, 다시 꺼내볼 수 있을까요?”
진수는 기억의 서랍을 여는 기분으로
머릿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문장을 천천히 꺼냈다.
“…저는,
제가 해온 노력들이
누군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진수의 눈가가 살짝 젖었다.
그 누구도 묻지 않았던 질문.
자신조차 오래전 잊고 지냈던 진심.
가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문장은 사라진 게 아니라,
당신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당신이 다시 꺼내줄 그날을 기다리며.”
진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의 마음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조금’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수는 처음으로
자기 내면의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당신은 왜 일을 시작했나요?”
지금, 이 질문에 당신만의 첫 문장을 꺼내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는 중일지 모릅니다.
이 글이 마음에 닿았다면, 조용히 나에게도 한번 물어보세요.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