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노동’하고 있는가? 아니면 ‘활동’하고 있는가?
오디오북 입니다 https://youtu.be/R6RIAohIQDI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세요?”
가온의 질문에 진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조금 머뭇거리며, 머릿속에서 숫자를 세어보았다.
“글쎄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니까…
회식이나 야근 있으면 열두 시간 넘을 때도 있고요.”
그 말 끝에, 습관처럼 따라붙은 한마디.
“다들 비슷하잖아요.”
그건 어쩌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다르다’ 말하지 않는 세상에서,
평균에 기대는 일은 가장 빠른 무장이 되곤 하니까.
진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지각 한 번 없이 출근했고,
주어진 일은 빠짐없이 처리했다.
회의에서는 말수가 적었지만,
상사의 눈빛에 빠르게 반응하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다.
‘살고 있다’는 느낌보다
‘작동하고 있다’는 감각이 더 익숙해졌다.
자신의 하루가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것을
진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 일이 진수님 삶에 어떤 의미를 주고 있나요?”
가온의 질문은 잔잔했지만, 뼈를 때렸다.
진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다들 그렇게 사니까…
저도 그런 줄 알고요.”
그 순간, 진수는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은 원래 고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왜’ 하는지를 잃어버리면,
그건 고단함을 넘어 고문이 됩니다.
소명 없이 이어지는 노동은, 결국 사람을 조금씩 무너뜨려요.”
그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었다.
진수는 그 문장을 가슴으로 들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에 익숙했던 지난 몇 년이 떠올랐다.
문제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 일이 자기 삶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진수는 이제야 알아차렸다.
“회사라는 공간은,
어쩌면 제도권 학교의 연장선일지도 몰라요.
어릴 적부터 배워온 ‘순응’, ‘질서’, ‘역할 수행’이라는 틀을
그대로 이어가는 곳이죠.”
가온은 이어 말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학교는 수업료를 내고 배우지만,
회사는 돈을 받으며 실전에서 배울 수 있는 교실이라는 거예요.”
진수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회사에 ‘소모당하고 있다’고만 느꼈지,
거기서 ‘배운다’는 시선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다.
“대부분은 그걸 모르고 살아가요.
누구도 ‘회사에서 배운다’는 걸 알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왜 이걸 하는지 모르면서 살아가게 되죠.”
가온의 말은 진수의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파고들었다.
그는 긴 침묵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그냥, 문제 안 일으키고,
실수 안 하고, 버티는 사람이 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가온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가 말했다.
“그건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인생을 보류한 사람’일 수 있어요.
진짜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노동’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삶의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거예요.”
진수는 다시 물었다.
“노동과 활동… 다른 건가요?”
“네. 아주 다릅니다.”
가온은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다.
“노동은 외부의 필요에 따라 정해진 걸 수행하는 일이에요.
쉽게 말해, *‘시키는 걸 하는 것’*이죠.
반면 활동은 내 안의 의지와 의미에서 출발하는 움직임이에요.
‘하고 싶어서’,
‘해야만 해서’,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 그것이 활동입니다.”
진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이켜보니,
그는 참 많은 일을 해왔지만
그중 ‘스스로 선택한 일’은 몇 개나 있었을까.
“활동은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단지 그 일이 나와 연결되어 있느냐,
나를 확장시키느냐,
내 삶을 소모하지 않고 생명력 있게 만드느냐
그게 중요하죠.”
진수는 고개를 숙인 채,
마음속에서 떠오른 한 문장을 조용히 되뇌었다.
“나는 활동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가?”
그는 아직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무언가 아주 작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온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지금 이 사회에서,
당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그 일이 지금 당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나요?”
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대답은 아직 없었지만,
질문은 그의 삶을 향해
방향을 트는 첫 걸음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고, 활동하고, 연결되려는 사람이 되기로
아주 작게, 그러나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이유로 일하고 계신가요?”
그 일이 당신의 삶과 연결되어 있나요,
아니면 단지 버티기 위한 루틴인가요?
이 질문이,
잊고 지냈던 ‘당신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는
작은 단서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이 마음에 닿았다면,
조용히 당신 안의 ‘의미’ 하나를 꺼내보세요.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