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대신 #6

그날의 커피, 그리고 마음의 온도

by 공인멘토
ChatGPT Image 2025년 6월 12일 오후 12_16_15.png

오디오북 입니다

https://youtu.be/-PEn5DUoouU


회의실 문이 딸깍 닫히는 순간, 어깨가 저절로 움찔했다.
“이건 제가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말한 뒤, 서류를 안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왔다.

작은 실수였다.
보고서 안의 수치 하나, 한 칸 옆으로 밀렸을 뿐.

회의 중 팀장의 말은 짧았다.
“그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야지.”

딱 한마디.
하지만 그 말이 마음 한가운데를 콕 찔렀다.
마치, 며칠 밤을 새운 노력마저도 별것 아닌 실수 하나로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손이 떨렸다.
커서를 움직이다가 멈추고, 파일을 열다가 닫고.
눈앞의 숫자와 표들이 흐릿하게만 느껴졌다.
머릿속은 텅 비어 있는 듯했지만, 사실은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내가 왜 또 실수했지?”
“원래 나는 이렇게 부족한 사람인가?”
“다들 나를 무능하게 보고 있겠지…”


자기 자신을 향한 비난이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밀려왔다.
평소였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수도 있는 일이
오늘은 유독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점심시간.
함께 나가자는 팀원들의 눈치에
“피곤해서요.”
짧은 대답으로 자리를 지켰다.

누구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있고 싶었다.

텀블러를 들고 휴게실로 향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창가에 섰다.
창 너머로 햇살이 가득 쏟아졌지만, 마음은 한기 가득했다.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견디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문득 가슴 속에서 올라왔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피하고, 실망을 피하고, 비난을 피하기 위한 ‘버티기’처럼 느껴졌다.

문득 어릴 때 상상했던 어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감 있고, 당당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누가 보아도 지쳐 있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움츠러들며,
자기 자신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

며칠 전 지하철에서 본 한 남자의 모습이 스쳤다.
벽에 기대 선 채 눈을 감고 조용히 꾸벅꾸벅 졸던 사람.
진수는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나도 저런 모습일까.’

그는 깨달았다.
“나는 이 일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무너지지 않기 위해 하루를 견디는 중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 진심을 받아들이는 순간,
조금은 마음이 덜 추웠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일'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지 못할 때,
스스로에게 진심 어린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나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keyword
이전 05화괜찮다는 말 대신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