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는 있는데, 정말 살고 있는 걸까
오디오북 입니다
아침 8시 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몸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이.
움직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풍경 속에
진수도 그들 가운데 섞여 있었다.
그는 늘 같은 칸, 같은 위치에 선다.
운 좋게 자리가 나면 앉지만, 대부분은 그냥 선 채 눈을 감는다.
스마트폰조차 지겹다는 듯, 그냥 조용히.
몸은 출근하고 있지만, 마음은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었다.
지하철이 역에 설 때마다,
그는 기계처럼 발을 옮긴다.
회사 도착. 출입카드 인식. 엘리베이터 줄. 자리 도착. 가방 내려놓기.
그리고 매일 똑같은 그 문장.
“아, 오늘도 출근했다.”
하지만 그 말은 언제부터인가
“오늘도 무사히 버텨야 한다”로 바뀌어 있었다.
하루는 숨 가쁘게 흘러간다.
메일, 보고서, 슬랙 메시지, 회의, 또 회의.
시간은 쏟아지는데,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는 희미하다.
문득,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거지?”
이게 무슨 프로젝트였더라.
왜 이걸 내가 맡게 됐더라.
이걸 끝내면 뭐가 바뀌는 거였지?
질문은 쏟아지는데,
답을 찾으려는 마음조차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점심시간.
팀원들과 함께 앉지만 대화는 형식적이다.
“팀장님 또 기분 안 좋으셨나 봐.”
“이번 마감, 너무 빠르지 않아?”
말은 오고 가는데,
서로의 마음은 닿지 않는다.
진수는 속으로 묻는다.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일을 견디고 있는 걸까?”
일이란 무엇일까.
그에게 ‘일’은 더 이상 목적이 아니었다.
삶의 이유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무사히 흘려보내는 수단.
덜 피곤하게, 덜 혼나게,
덜 문제 일으키게.
‘일을 한다’는 감각보다
‘오늘도 사고 없이 지나가자’는 생존이 앞섰다.
퇴근 후, 다시 같은 지하철.
같은 칸, 같은 사람들, 같은 표정.
진수는 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지금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모르겠다.
거울도, 마음도
자신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았다.
문득 떠오른 기억 하나.
어릴 적, 장래희망을 쓸 때 그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사람.’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
하지만 지금의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말을 하지만
그 어떤 말에도 자신의 진짜 마음은 담기지 않는다.
그는 보고서로,
엑셀로,
회신 메일로
자신을 증명하고 있었다.
‘나는 누구지? 지금 이 역할이 나의 전부인가?’
그는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사회인이니까,
남자니까,
가장이니까,
월급 받는 사람이니까.
그 이유들로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떤 이유도
“내가 살아있다”는 감각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는 느낀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은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숨을 쉬며 살고 있나요?
아니면 단지, 살아남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