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 사회의 대륙 (거짓의 재판소) #14

3장-2. 이레의 β 서명 추적

by 공인멘토


1. 도시 행정 박물 아카이브

오전 10시 20분, 시정부 북쪽 윙 14층. ‘역사·윤리 자료관(HEA)’이라 적힌 유리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일반 전시 구역과 달리, 아카이브 룸 B-7은 회색 보존 셔터 뒤에 숨겨져 있었다.
입구의 안면 단말을 속이기 위해 가온은 이레의 25세 공보 사진을 3D 마스크로 출력해 썼다. “직원—임시 승인” 표기가 뜨자 셔터가 올라갔다.


2. β 시절 프로토콜 문서

섹션 C-4 선반, ‘JUSTICE INDEX β PHASE’ 폴더 11권. 가온은 가장 두꺼운 ‘β-6권’을 펼쳤다.
첫 페이지 상단엔 곧은 펜촉 글씨 세 글자.

I • R • E

이레 R. Lucian의 서명(돔 공사 5년 전, 23세). 페이지마다 그의 서명이 반복됐다—β 평점 산정표, 군중 제어 시뮬레이션, 심문 프로토콜 초안 등.
여백의 미세 주석 하나를 확대했다.

“변수 V(감정 지수) > 0.02 → 평점 곡선 불안정.
최저 비용 제어 = cut.”

‘cut’—경제적 차단. 노인과 에단의 격리가 이 한 단어로 정당화됐다.


3. 숨겨진 각주

맨 뒤에 ‘기밀 사본—X등급’ 표시가 붙은 광섬유 종이가 끼워져 있었다. 둥근 필체.

“지수화된 정의는 정의를 죽인다. —E”

E는 에단. 그 위에 검은 X자가 굵게 겹쳐 있었고, 아래 짧은 응답.

“동정 = 리스크. 삭제.
– I.R.L.”

가온은 이를 스캔해 저장했다. 파일명 IRL_vs_E-BetaNote.png.


4. 경보와 미세 균열

‘비인가 복사’ 경보등이 주황에서 빨강으로 바뀌자, 가온은 폴더를 제자리 두고 나가려다 선반 하부 서랍의 헐거운 자물쇠를 발견했다.
안엔 오래된 메모리 칩 LCN-βψ13과 번진 잉크 메모.

“… 이면 숨.”

경보가 붉게 번쩍였기에 칩은 남겨두고, 시리얼만 렌즈로 촬영했다. 셔터가 내려오자 그는 비상계단으로 달렸다.
손목 점수 5.20 → 4.95, 격리예비선 아래. 그러나 호흡은 고르렀다.

“β 시절, 이레는 이미 ‘숨’을 삭제하는 주체였다.”

계단 아래 어둠 속에서 가온은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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