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근원은 미운 너였다 23화

다신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성장했다

by 공인멘토
ChatGPT Image 2025년 12월 12일 오전 12_28_11.png


1절. 미워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처음 움트던 날


이젠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미워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이 처음 들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침 햇빛이 유난히 따갑던 날, 귀를 스치는 바람도 괜히 불편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그 사람의 이름을 듣기만 해도 혈압이 오르던 시절,
전화번호만 봐도 숨이 턱 막히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문득 그의 이름이 떠올랐는데… 아무 감정도 올라오지 않았다.
미움도, 분노도, 서운함도, 억울함도.
기억은 선명한데, 감정은 따라오지 않았다.
그 순간, 묘한 안도감이 가슴 안쪽에서 미세하게 피어나는 걸 느꼈다.


‘아… 내가 조금은 괜찮아졌구나.’


그전까지 나는 미움이 나를 지켜주는 줄 알았다.
미워야 다시는 당하지 않을 것 같았고,
미워야 무너졌던 나를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워하는 동안은 강해진 것 같았고,
미워하는 동안은 그 사람에게 지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미움은 나를 보호하는 무기가 아니라, 날 조금씩 갉아먹는 독이었다.
내가 그 사람을 미워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감정 속에서 내가 더 병들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잠을 잘 때조차
머릿속 한구석엔 그 사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삶의 풍경엔 내가 아닌 그가 더 많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정작 그에게 묶여 있던 건 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됐다.
“내가 이렇게까지 미워하는 감정 속에 머무는 건… 결국 나를 위한 일이 아니구나.”


미워할수록 나는 작아졌고,
원망할수록 내 삶은 좁아졌으며,
감정을 쥐고 있을수록 나는 더 무거워졌다.


그래서 그날 아침,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나는 아주 작은 결심을 했다.


“이제는… 그렇게 미워하지 않겠다.”


그 결심이 그를 위한 것도 아니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나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알게 되었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내 삶의 주도권이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의 작은 결심이,
내가 성숙해지기 시작한 첫걸음이었다.



2절. 미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분노로 잠들던 시간들


한때 나는 정말로, 그의 안부 한 줄만 들어도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좋아서가 아니라, 분노가 즉시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 때문에.
친구가 무심코 “그 사람 잘 지내더라”라고 말하면,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잔을 들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오래된 상처들이 불쑥불쑥 깨어나 나를 물어뜯었다.


그 시절의 나는 하루를 미움으로 시작했다.
눈을 뜨면 먼저 떠오르는 건 해야 할 일도, 내 인생도 아니었다.
“그 인간은 지금 어떻게 지내나.”
그가 잘 지내면 억울했고,
그가 힘들다 들으면 잠시 통쾌했다가, 금세 또 공허해졌다.
그 감정은 달콤하지도, 통쾌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조금씩 피폐하게 만들 뿐이었다.


밤이 되면 분노로 잠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이 던진 말들, 표정, 행동이 파편처럼 떠올랐다.
뒤척이면서도 ‘내일은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아침이 되면 같은 감정이 다시 반복됐다.


그땐 정말 몰랐다.
이게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붙든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그 사람의 잘못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그가 떠난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 종속되어 있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가 나에게 준 상처’를 붙들고 사는 게 아니라,
그 상처를 붙들고 있는 ‘나 자신’을 놓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미워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상처받고도 아무 말 못 하고 무너졌던 그때의 나였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 집요하게 미워했다.
그 미움 아래엔
억울함, 서러움, 두려움, 자책…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감정들은 단 한 번도 그를 향해 있지 않았다.
항상 나를 향해,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미움을 끌어안고 살았지만,
정작 미움이 나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3절. 미워할수록 내가 작아졌고, 결국 그 안에 갇힌 건 나였다


미움이라는 감정은 참 이상했다.
겉으로는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분노가 불타오르면, 잠시나마 패배자가 아닌 것 같았고,
억울함이 치밀면, 내 편을 든 사람은 세상에서 나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다.
그 감정은 나를 지키는 갑옷이 아니라, 나를 갉아먹는 족쇄였다.


돌이켜보면, 미움은 항상 이렇게 흘러갔다.
처음엔 상처받은 마음을 보호하려고 그 감정을 꺼내 들었다.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겠다”, “더 이상 만만해지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던 건 어찌 보면 나름의 생존이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누군가의 사소한 말에도 과하게 흔들렸고,
누군가의 표정 하나에도 방어 태세를 갖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른 채
항상 긴장한 상태로 살아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유지하기 위해 내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이미 내 삶에서 사라졌고,
나와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정작 나는 여전히 그 감정의 감옥 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 감정 안에서 갇혀 있었던 건
그도, 상황도 아닌
오직 나였다.


미워하는 감정은 나에게 힘을 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단지 내가 무너질 때까지 내 마음을 잠식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나에게 준 상처보다
그 상처를 붙들고 살아가는 내 방식을 통해
더 크게 망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정말 고통스럽게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미워하는 ‘나의 방식’ 때문에 힘들었다.”


진짜 나를 아프게 한 건
그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었다.
그 감정을 끝없이 되씹고, 되새기고, 반복하여
내 마음을 다시 찢어놓던 나였다.


그 감정을 붙들고 사는 동안
나는 성장하지도 못했고,
앞으로 가지도 못했으며,
살아 있는 지금의 나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인정한다.
미움은 타인을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라,
나를 가장 먼저, 가장 깊게 해치는 감정이었다.



4절. 그 다짐은 그를 위한 것도, 용서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오직 나를 위한 약속이었다.


그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어느 날,
아주 사소한 계기로 모든 게 달라졌다.
그 사람의 이름이 우연히 대화 중에 언급되었는데,
예전처럼 심장이 뛰지도 않았고, 손끝이 떨리지도 않았다.
그 사람을 미워해야 할 이유를 마음속에서 찾아보려 해도
이상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어떤 작은 파문이 일었다.
“나는 왜 아직도 이 감정을 붙들고 있지?”


그동안 나는 그를 욕해야만 내 상처가 보호되는 줄 알았다.
미움을 내려놓으면, 내가 당한 일들이 축소될 것 같았고
용서하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마치 미움을 손에서 놓는 순간,
내 감정이 무시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쳤다.


— 나는 그 사람을 위해 미워한 것이 아니라,
내 상처를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워하고 있었다.


상처를 들여다보기 싫어서,
억울함과 서러움을 마주하기 싫어서,
나는 미움을 방패처럼 들고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방패처럼 보였던 미움은
결국 나를 더 깊이 찌르는 칼이었다.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스스로에게 말했다.
“다신 그렇게 미워하지 않겠다.”


이 다짐은 그를 용서하기 위함도 아니었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도 전혀 아니었다.
심지어 ‘착한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결심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건 오직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나를 갉아먹는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더 이상 과거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이 조금은 더 평온해지기를 바라서.


그리고 그때 처음 알았다.


미움은 타인을 묶는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묶어두는 감정이라는 것.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그 사람에 대한 선언이 아니라
무너져 있던 나에게 건네는 회복의 선언이었다.


그 작은 결심 하나가
내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마음에
햇빛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처럼.


이제야 나는 이해한다.
미움을 내려놓는다는 건
‘그 사람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풀어주는 일’이었다는 것을.



5절. 미움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열린 새로운 삶의 문


미움을 내려놓겠다고 마음먹은 그날부터,
내 삶은 아주 느리지만 분명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뭔가 대단한 변화가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던
그 무거운 돌덩이가 조금씩 가벼워지기 시작한 정도였다.


하지만 그 ‘조금’이 내게는 너무 컸다.


예전의 나는 누군가를 미워할 때
그 감정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결국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 사람을 향한 증오가 커질수록
내 세상은 좁아지고, 내 마음은 메말랐다.


그러나 미움을 내려놓기 시작하자,
나는 아주 오랜만에 나 자신을 바라볼 여유를 되찾았다.
그 사람을 생각하느라 잃어버렸던 시간들,
감정에 짓눌리느라 놓쳤던 나의 삶,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내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성장은 화려한 성공이나 극적인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한 뼘 달라지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 그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완전히 용서한 것도 아니다.
용서란 쉽게 되는 마음의 기술이 아니고,
억지로 하려 한다고 되는 감정도 아니니까.


다만, 나는 그 감정 속에 갇혀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를 미워하든 말든,
그의 삶은 그가 살고,
내 삶은 내가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다짐한다.


“나는 더는 미움 속에서 살지 않겠다.”
그 다짐은 나를 착하게 만드는 의지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첫 번째 보호막이다.
미움은 나를 강하게 만들지 않았지만,
미움을 다루는 방식은 나를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그 사람과의 인연은 끝났어도,
그 인연에서 비롯된 감정의 공부는
내 삶을 훨씬 깊고 넓게 만들어줬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이제 내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긴다.


“나는 성장했다.
미움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그날부터
비로소 내가 나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전 22화성숙의 근원은 미운 너였다 2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