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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Mar 14. 2024

달달한 날의 의미, 가족이 되어 피어나다


달달함이 묻어나는 날이다. 오늘은 화이트데이다. 데이란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날은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어진 듯하다. 어릴 적에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사랑과 관련된 날마다 설레고 기대에 부풀었었다.


지금은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줄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 보며야 비로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게 된다.

 "엄마, 14일마다 무슨 데이야?" "어? 2월 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4월 14일은 짜장면데이..."
 "엄마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


아들은 엄마가 여자였고, 사랑을 받고 주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음을 잊은 모양이다. 아빠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엄마 예전에 남자친구 있었냐"며 물었고, 아들은 이성적 관심이 많은 사춘기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렇게 지난날의 추억들이 스쳐갔다.


남편과 연애시절, 온갖 데이를 기념하며 편지와 선물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최고 남자 친구상'이라 적힌 상장을 만들어 줬고, 300일 기념으로 수건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의 추억을 담은 다이어리에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가득했다. 젊은 날의 달콤했던 기억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날이 되어도 서로 챙겨주지 않아도 섭섭함이 없다. 예전만큼 파릇파릇하고 달콤한 감정은 아니지만, 묵묵히 서로의 자리를 지키는 중년의 사랑이 있다. 너무 '공기' 같아서 가끔 서로를 잊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일상 자체가 더 달콤할 수 있다는 것을 잊는다.


현실은 달콤함이 묻어 있는 설거지 통뿐이다. 지난밤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만든 자리에 달콤한 자국만 남아있을 뿐, 나를 위한 것은 없다. 하지만 괜찮다. 가족이 있는 오늘 이 자체가 가장 달콤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달콤한 추억을 간직하되, 이제는 가족의 일상 자체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중년이 되었다. 그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 자체가 가장 큰 축복임을 깨닫는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달달해질수록, 우리 가족의 사랑 또한 더욱 깊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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