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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Mar 20. 2024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보라색 꽃망울이 드러난다. 작은 화분에서 생명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어느 날 그 꽃이 활짝 필 것만 같아 기다려진다. 무엇이든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화분 속 작은 식물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하루하루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움직이며 과정을 밟아가고 있을 것이다. 유난히 식물을 잘 기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나 같은 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식물을 기르는 방식은 식물이 원하는 바를 외면한 채 나만의 방식이었다. 

선인장에게는 물을 적게 주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자주 물을 주다 보니 뿌리가 썩어 죽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닌,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해야 했다.

식물을 기르듯 자식을 키우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에도 이치는 같을 것이다. 

지난밤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었다. 원래는 먹지 않겠다며 고집부렸던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자, 나는 눈을 비비며 콩나물밥을 꺼내주었다.

아들은 고기를 얹고 양념장을 붓더니 맛있게 먹었다. 피곤한 와중에도 식탁 앞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게 힘들지 않았다. 엄마 마음에 학원 앞까지 차를 대고 아이를 데리고 싶었지만, 아들은 극구 사양했다. 

처음엔 섭섭하고 다행이라는 상반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주는 사랑의 방식이 아닌 아이가 원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게 더 중요한 엄마의 역할일 것이다. 아이는 어느새 이렇게 스스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자라고 있다.

이렇게 자란 아이는 언젠가 자신의 꽃을 피울 날이 오겠지. ..

내가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데, 그 모습과 어울릴 꽃이 피기를 바라며 기다릴 따름이다.

화분의 꽃이 피듯, 아이가 성장해 독립해 나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이다. 

부모는 그 과정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 

자녀 또한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할 필요가 있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향기와 모습으로 피기 위해서는 물과 햇볕, 바람이 필요하듯, 

부모와 자녀 모두의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기다려주고 때로는 자극이 되어주며,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지지해야 할 나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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