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려 Mar 29. 2024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마음

오래간만의 출근길에 스타벅스에 들렸다. 몇 해 전까지 스타벅스는 내가 참 좋아한 공간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커피 향이 가득하고 재즈 음악을 좋아하는 내게 재즈 음악을 듣게 하는 곳

그러나 지금은 스타벅스보다 더 좋은 커피향기와 음악이 있는 곳이 많아진 시대라 어느새 내 맘 속 스타벅스는 조금은 멀리 저만치에 있다.

햇살이 가득한 출근길 아침 나의 마음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이 생각나는 금요일이다.

금요일이라는 기분은 나의 마음속 행복을 주며 동시에 위안을 주는 날이기도 하다.

올핸 늦게 피는 벚꽃들 덕분에 아직은 봄이 저만치 있는 느낌이 시간들이지만 어느새 꽃들은 꽃망울을 열고 피고 있다.

이렇게 피는 꽃들은 순식간에 기다렸다는 듯이 만개하고 거리에 꽃잎들을 날리는 시간이 온다.

꽃잎이 휘날리는 꽃을 보면 극 T형인 나도 감성이 돋아나온다. 

얼마 전 선물을 받은 크로커스,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이 가득한 꽃은 감성이라는 부분에 향기가 더해지고 나의 강퍅한 마음은 말랑해진다. 보랏빛을 좋아하는 내게 책상 위에 피어있는 보랏빛꽃은 내게 행복함을 더해준다.

세월이 지나면서 판단하는 성향으로 바뀌어가는 나이가 되고 사람이 되었다.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연약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이 꼴 저 꼴 다 보고 산전수전공중전까지 겪으면서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감성팔이라던가 아니면 내 삶의 지금의 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며 살아가지 않는다.

어쩌면 너무나 메말라 가는 감성에 내 모습을 잃어가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의 내가 좋다.

미성숙한 나의 마음은 많은 상처와 분노와 아픔으로 눈물을 짓던 시절들이 있었다.

아팠으며 또 아팠고 아팠다.

아팠다. 과거의 마침표.

때론 지금도 아프고 상처받고 슬퍼할 때도 있지만 벚꽃이 피어 시간이 흘러 꽃잎이 휘날리듯

책상 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보랏빛 꽃이 시들듯

그렇게 아프고 상처받고 슬퍼함도 잠시 잠깐으로 흘러간다.

그만큼 나는 나이가 들었고 또 성숙해졌고 나는 어른이 되었고 사람이 되어간다.

봄이다. 봄바람 휘날리며 벚꽃잎이 떨어지는 길을 누군가와 걷고 싶다.

그리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기분 좋은 음악과 함께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뭐 먹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