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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Mar 28. 2024

엄마 뭐 먹어?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을 먹어야 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저녁을 먹어야 한다.

인간의 생존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 중의 일등 먹는 것

나는 잘 먹는다. 무엇이든 잘 먹는다.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그래서 반찬투정하고 입이 짧고 반찬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외동아들을 키우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엄마인 나의 젖을 힘없이 빨고 공갈꼭지를 젖가슴에 붙여 먹이고

분유도 잘 먹지 않아 온갖 좋다는 분유를 바꿔가며 먹였다.

돈이 많이 드는 아이였다. 자라면서 고등학생이 된 아이는 여전히 입이 짧다.

아침밥보다는 잠이 좋고 청소년기에 뒤돌아서면 배고프다지만 아이는 자기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으면 먹지 않는다.


하기야..

어렸을 때 이쁘다고 어르신들 손에 이끌려 슈퍼마켓을 가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과자가 없으면

그 어떤 과자도 냉큼 손에 잡지 않고 그냥 나오던 아이는 여전히 자기 주관이 뚜렷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자고 가던 어느 날 아침

아침을 무엇을 해줄까 하다 고민 끝에 김치볶음밥을 해줬다.

김치볶음밥은 기본은 하는데 그날따라 무엇이 문제였을까>


맛이 없었다!

아직도 여전히 아이는 김치볶음밥을 한다고 하는 나에게 그때이야기를 떠올리며

엄마 김치볶음밥 잘 못하잖아?라고 핀잔을 준다.

요즘은 밀키트가 너무 잘 나오는 세상이라 냉동김치볶음밥에 계란프라이 하나만 올리면

분식점 김뽁맛이 나오는 시대인데 말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엄마를 생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엄마 뭐 먹어?라고 말하는 외동아들에게 배민어플에서 찾아 링크를 걸으라고 말하던 엄마로 기억할까?

아니면 엄마가 해준 맛있는 음식과 엄마를 떠올릴까?


매일 오후 4시 반쯤이면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 오늘은 뭐 먹어?"


엄마 뭐 먹어가 스트레스받던 시간이 있었다. 주는 데로 먹어라고 하며 핀잔을 주던 시간도 있었다.

해놓으면 맛없다고 안 먹는 시간도 있었다. 먹는 것에 화가 나던 시간들이 많았다.

어느 날 엄마 나 혼자 라면 끓여 먹어도 돼요?라고 질문을 하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학원 시간에 맞춰 잠시 들린 집에서 혼자 끓여 먹은 라면의 흔적들을 본다.

처음에는 아련했고 안쓰러웠고 미안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엄마의 바쁨과 요리의 덜 부지런함은 아이를 좀 더 독립적인 아이로 만들어 주고 있다.


엄마 뭐 먹어?라고 물어본 적 없이 주는 데로 먹던 엄마는

엄마 뭐 먹어?라고 매일 질문을 하는 아이와의 삶 속에서 각자의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다.

나와 다른 아이를 인정하고 인정하니 아이는 그렇게 스스로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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