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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01. 2024

하프마라톤에서 얻은 작은 성장


첫날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새로움을 상징하는 숫자다.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이 피어나는 순간이다. 오늘은 사월의 첫날이다.


4월의 첫날, 나는 그 의미를 새삼 되새겼다. 첫날은 시작의 의미를 주고 시작은 희망이라는 단어와 이따금 열정이라는 단어로 내게 다가온다. 3월의 마지막 주말에 달렸던 하프마라톤 대회덕분에 한달의 마무리의 결과물이 있었던터라. 지금의 시작은  또다른 열정과 도전이 내 안에 갓 씨앗된 희망을 피어나게 한다.


삼월의 하프마라톤에서 내가 얻은 것은 작지만 분명한 성장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운동 덕분에 21km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물론 혹자에게는 미흡한 성적이었겠지만, 나 자신에겐 큰 의미가 있었다.

과거 1km를 달리기도 힘들어했던 내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니....

 그저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나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버텼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물론 그 과정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마라톤 코스를 달리다 보면 올라오는 통증들...

오른쪽무릎부터 발목까지이어지는 통증이 삽시간에 밀려왔다. 무릎부터 발목까지 온몸이 아파왔다. 그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솟아올랐다.


'아, 여기서 엠블란스를 타고 가면 어떨까? 아니면 포기하고 결승점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유혹이 꼬리를 물고 따라다녔다. 계속 발을 재촉하는 중에도 엄청난 아픔과 지친 기운이 밀려와 포기하고 싶은 갈망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발을 옮겼다. 마지막 몇키로는 힘들 때는 걷고,  뛰었다. 이렇게 반복을 했더니 어느새 결승점이 눈앞에 펼쳐졌다.

누군가는 그저 완주한 것만으로도 감격에 겨워 울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 나는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다만 내가 힘들게 달려온 그 시간 자체가 아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함도 있었다. 과거의 나 자신을 생각하면 이만한 성취도 대단하다고 여겼다. 길고 지치는 코스에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발을 옮길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많은 성장을 했다.


이렇게 해서 3월의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4월의 따스한 봄바람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발바닥에는 조금의 통증이 남아 싸구려 히터를 켜고 있지만, 그 정도 아픔쯤이야 오히려 기쁨으로 다가온다.

뜨겁지는 않지만 제법 따듯한 열기로 발바닥을 감싸주는 이 히터는 내가 운동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값비싼 것들보다 조금의 통증이 남은 발바닥을 녹여주는 이 작은 녀석이 오히려 더 소중해 보인다.


그리고 아프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이 아픔은 내가 근육을 단련시켰다는 작은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프고 나면 근육이 생기고, 근육이 자라면 건강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삶에서 단련되는 일 또한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프마라톤의 고통처럼, 삶에서도 힘겨운 도전과 아픈 시간이 닥치지만 이를 이겨내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아픔과 도전이 끊임없이 따른다. 때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힘든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단념하지 않고 인내와 용기를 발휘한다면 반드시 소중한 것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소중한 것, 그것이 바로 성장이며 단단한 삶의 근육이 아닐까? 마라톤에서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이 나에게 꽤나 큰 힘이 되었듯, 삶의 도전에서 얻은 결실도 나를 진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모두가 그렇게 도전을 받아들이며 성장해 나간다. 처음에는 주저했을 수도 있고,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발버둥 쳤기에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프마라톤 대회에서의 아픔도 그 중 하나였을 것이다. 힘겨운 코스와 피곤했던 육체의 한계를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얻은 성장은 나에게는 크나큰 의미가 있었다.


완벽함이라는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시간들을 나는 또다른 완벽함으로 채워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본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발걸음 또다시 새롭게 시작이라는 단어와 함께 오늘을 시작한다.

오늘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첫날이니까..사월의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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