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묻은 J형의 현실
기분파, 감정파, 갬성파…
파… 파… 하다가 파산날 지경이다.
나는 현실 감각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이상향이 너무 높은 걸까?
아니면 그냥, 계획적이지 않은 걸까?
나는 P 묻은 J형이다.
즉흥적인 선택을 하고, 감정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마음이 끌리는 방향으로 결정해 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선택한 일들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결국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일정표를 채우고, 다이어리에 빼곡히 일정을 적으며,
사회적이고 선택적 계획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삶을 살다 보니, 몸과 마음이 과부하 상태에 이른다.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이상을 좇던 시간들이 내 삶을 흐트러뜨렸다.
"나는 현실적인 이름보다, 이상적인 이름이 더 좋다."
나는 '아내'라는 이름보다 '사회적 인간'이 더 좋았고,
'엄마'라는 이름보다 '나의 이름'이 더 중요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이렇게 불리는 게 싫었다.
"OO이 엄마"라는 호칭이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 나는 그렇게 누구의 무엇이 되는 것이 싫었을까?
그런데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익숙해지는 만큼, 현실도 더 선명해졌다.
바쁘게 살아오면서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
어느 한 지점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가느라, 내 몸은 방전되었다.
"NO"보다는 "YES"를 더 많이 말하며,
모든 걸 감당하려 했던 시간이 쌓여갔다.
그런데 이제는 신호가 온다.
몸이 나에게 말한다.
"좀 쉬어… 지영아."
이제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대신,
이것이 내 삶과 미래에 얼마나 유익한지 고민해 보려 한다.
누군가는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백 번 고민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즉흥적으로 사고, 지르고, 해결해 왔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모이는 것이 없었다.
슬픈 현실이다.
올해부터는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선택하기 전에 멈춰서 생각하고,
나의 미래를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천천히, 신중하게, 나를 위한 선택을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