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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 속, 나를 채우는 단 한 사람

by 미려


다다다다닥, 쫑알쫑알, 따르릉...
카톡 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전화벨이 울려 퍼지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하루를 시작하며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에 전화로 또 얘기하자!"라는 말을 남기곤 했다.
쉴 새 없이 떠들던 그 시절의 나에게, 대화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하루 속에서
누군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드물다.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하는 후배와 나누는 몇 마디가
내 하루 대화의 대부분일 때도 있다.

그나마 그 대화조차,
어떤 친밀감이나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이야기를 잘 나누는 사람이다.
내가 가진 질문 하나로 대화가 길어지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그 자리의 공기를 채우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내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거나
속마음을 깊이 털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고민과 속상함을 사람에게 털어놓기보다는,
하얀 도화지 위에, 노트 위에 써 내려가며 생각을 정리한다.
그렇게 내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관점을 찾곤 한다.

내성적인 성향이라고 할까?
외향적인 대화 능력 뒤에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한 내향적인 내가 숨어 있다.

신기하게도,
내가 마음이 가장 힘들고 아플 때마다
항상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로 대화가 되는 단 한 사람.


나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나면 에너지가 금세 사그라든다.
한 번 털어놓은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반복하지도 않는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듯, 상대도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것을 서로가 진심으로 고민하고 나누는 시간은
어떤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대화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그 에너지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오지 않는다.
내게는 항상 대화가 되는 단 한 사람,
진정성을 나눌 수 있는 그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단 한 사람과의 대화가 내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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