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올라가기 전부터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처럼,
괜히 발끝에 힘을 주고 숨을 들이켰다.
숫자가 덜 나올 리도 없는데 말이다.
역시나.
몸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묵직했고,
숫자는 그걸 친절하게 증명해주었다.
만삭 때와 비슷한 체중이라니.
잠깐, 나 지금 아이를 낳을 예정은 없는데.
요즘의 나는 잘 먹는다.
아니, 너무 잘 먹는다.
김치에 밥만 있어도 한 그릇이 아니라 두 그릇을 비울 기세다.
몇 달 전 감기로 입맛이 없어 겨우 몇 숟갈 뜨던 내가 맞나 싶다.
그때 빠졌던 볼살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온 모양이다.
“얼굴 좋아 보이네.”
이 말은 이제 번역이 가능하다.
‘한 5킬로는 쪘네.’라는 뜻이라는 걸.
사람은 참 솔직하지 못하고, 몸은 참 정직하다.
퇴근길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진짜로. 오늘은 다르다 싶었다.
그런데 집에 와 보니 아들은 라면을 끓이고 있고,
나는 콩나물밥에 파김치, 멸치볶음, 마른 김까지 꺼내놓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 그릇을 뚝딱.
다짐은 입구컷이다. 항상.
얼마 전 수영장에서
엄마가 내 팔뚝을 보고 놀라셨다.
“왜 이렇게 살이 쪘어?”
그 말은 짧았지만,
내 팔뚝은 길게 흔들렸다.
인바디도 말했다.
“2.5kg 감량 필요.”
요즘은 사람도 기계도 나에게 같은 말을 한다.
살 빼라고.
그래서 오늘 밤, 요가매트를 꺼냈다.
정말 하기 싫은 맨손체조를 한다.
팔을 들고, 다리를 올리고,
숨을 헐떡이면서.
땀이 난다.
예전엔 이렇게까지 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지친다.
거울 속에는 낯선 내가 있다.
뱃살, 팔뚝살, 허벅지살.
이름도 참 많다, 내 살들.
그래도 이상하게 미워할 수는 없다.
이 몸으로 살았고, 이 몸으로 버텨왔으니까.
다만, 조금만 떨어져 있어 주면 좋겠다.
조금만 덜 붙어 있어 주면 좋겠다.
살아, 살아, 내 살들아.
나를 이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제는 좀, 훨훨 날아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