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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교 Sep 29. 2024

예고준비생이던 내가 공대생으로 살아가는 방법

적응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중학교 시절 미술 수행평가를 잘 받기위해 처음으로 가본 미술학원에서 연필깎는 소리와 파레트 냄새에 매료되어 미술이라는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

그자리에서 학원을 등록하고, 매주 주말에 석고상 앞에 앉아 아무말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가지에 몰두하여 빠지게 되는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중학교 1학년 첫 미술시간에 미술반장 모집공고에 조금이라도 미술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어색한 새학기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갖고 손을 들어 미술 반장을 하게 되었다.

성실하게 선생님을 따르다보니 방과후 미술수업에도 참여하여 디자인공부를 하고, 선생님과 도예 전시도 보러다니며 어린나이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2학년을 마친 어느날...

선생님께서 입시때 쓰던 4B연필과 지우개를 선물로주며, 입시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나의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평소에 평일에는 디자인 공부를 알려주고, 주말에는 도예전시를 보러다니며 미술에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게 되었고 흥미가 더욱 생기게 되었다.


사실 고민도 없이 그대로 부모님께 예고준비를 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하셨다.

집안에 미술을 하는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먹고살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해는 되었지만 힘이 빠졌었다...


계속되는 설득에도 완강히 반대하는 아버지때문에 결국에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렇게 미술선생님과의 주말 전시관 탐방도 끝이 나게 되어버렸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생각보다 낯설지가 않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나의 인생 연장선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인드를 고치기에는 나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예술작품을 만드는 부푼꿈을 꾸고 지내기 위해 심적인 부분을 많이 준비해 놨었기 때문이다.


그런 예술적인 삶을 뒤로하고,

나는 인문계 고등학교 생활을 지내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그에 맞게 잘 살아갔다.

살아가면서 어떤 환경과 누군가와의 관계를 잘 맞추고 적응하는것이 정말 잘 살고 있는 삶 같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카멜레온'과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환경과 사람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가슴 한켠에는 내가 꼭 해보고 싶은 미술에 대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낯선 환경과 약간은 붕뜬 마음을 갖고 조금의 방황을 하긴했지만,

그래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잘 지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시기에 '미술진학반'을 또다시 구성하는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정말 많이 망설여졌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서 결정의 기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구나라는 생각 그리고 어차피 또 집안의 반대가 있을거라는 생각...

한번 더 시도를 해보고 싶었지만, 왠지 겁부터 나게되고 또다른 변화가 두려웠었다.

너무 아쉬웠지만 그렇게 또 한번 미술에 대한 열정을 등져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단념이 더 빨랐고,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였다.

서울의 한 학교 공대생으로...

더욱 놀랐던 점은 3년간 지냈던 인문계 고등학교의 나의 진로는 문과생이었다.

미래의 취업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나의 진로를 다시한번 수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또다시 적응을 해야하는 미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경영학과, 경제학과등으로 진학을 했다. 여느 문과생처럼 말이다.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그대로 나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또 적응을 잘 하기 위한 유연한 사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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