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림 May 16. 2024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

공림의 생각스케치

중2 아들이 멍하니 넋을 놓고 벽을 바라보고 있길래 요즘 컨디션이 괜찮냐고 물었다. 아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짧게 한숨을 내쉰다.     


“그냥, 뭔가 하고 싶은 게 없어.”     


“한창 크느라고 그렇지 뭐. 잠도 많이 오고 그렇지?”     


“응…”     


“사춘기때는 아빠도 그랬던 거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나는 아들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몇 번 토닥거려줬다.     


“……”     


밤 10시 반쯤, 거실에 나가보니 익숙한 냄새와 함께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났다. 아들이 뚝배기에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있던 아이 엄마는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오늘만 허락해 줬어.”     


평소 밤에는 먹지 말라고 금지령을 내렸던 엄마가 오늘만 특별히 허락을 해줬다는 것. 아들은 날 쳐다보며 달걀을 하나 "탁" 깨서 뚝배기에 넣더니, 세상없는 밝은 웃음을 지었다.     


녀석이, 하고 싶은 게 있긴 있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