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세계를 쫓는 본능적이고 육체적인 삶은 그대로 물질계와 일체가 되어버린다.
그에게는 물질이 전부이며 이곳에서의 투쟁과 생존 그리고 쾌락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닌다.
반면 의식을 인식하는 삶에서 이 물질세계는 경험의 장이다.
그에게 물질이란 삶을 경험하기 위한 도구이다.
감각 기관을 닫으면 의식은 남지만 물질은 사라진다.
다시 감각기관을 열면 물질세계는 현실로 나타나 경험의 장을 제공한다.
인간의 삶은 시간제다.
시간의 법칙에 따라 일정 시간 후 밀려난다.
그동안 얼마의 재산을 모았든, 어떠한 명예를 쌓았든지 간에
가진 것도 없었던 것처럼 쫓겨난다.
사랑, 부, 명예, 가족, 국가, 종교와 같은 것들은 그저 하나의 꿈처럼 잊혀진다.
그토록 애지중지 하던 그 모든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듯 사라진다.
그러나 성찰을 통해 깨우친 것들은 이곳에 남는다.
마치 꽃이 씨앗을 남기듯.
우주는 그 씨앗을 품고 다음의 바퀴를 굴린다.
한정된 길에 다다르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으며
때가 되면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신기루처럼 사라질 이 삶에서
왕을 한들 거지보다 나은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왕의 삶이 단지 감각적 욕망 추구에 한정된 인생이라면,
때때로 성찰에 빠지는 거지의 삶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죽음은 그리 머지않아 올 것이며
이 삶은 끝이 날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아직 오지 않았고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 지금 존재하고 있으며
의식은 깨어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이 삶,
아직 흐르고 있는 이 삶,
남은 이 삶,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