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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로미의 김정훈 Mar 22. 2023

왜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생각을 마치고 나니, 어린 내가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근심 걱정이 많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린 내가 길을 돌아와 제 손을 붙잡고 물어봤습니다.

혹시 왜 살고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바로 얼마 전, 가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 취업준비생이 제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공허함으로 힘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집니다. 과거엔 큰돈을 벌고 싶어서 고시준비를 했었는데, 힘든 생활을 극복하지 못했고 약 5년간 방황했습니다. …” 라며, 일면식도 없는 내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나는 고작 2 문장으로 온 메일에 32줄이 넘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2 문장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요. 자기도 왜 힘든지 모르는 겁니다. 분명히 힘든데, 너무 힘들어서 울음이 쏟아지는데 왜 힘든지 몰라서 죽어버릴 거 같은 심정일 겁니다.

이 메일을 보고 참 용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나는요, 나에게 이렇게 물어봤던 거 같아요.

내가 사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 다 의미 없어.

살아보고 싶다고 손 들어서 얻은 기회도 아닌데,

뭐가 그리 심각하게 인상 찌푸리고 남들을 이겨보려고 씩씩대며 살았는지.

사람들은 왜 열심히 살까. 뭐가 그렇게 급하고 중요하길래.

악착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대체 뭐가 당신을 그렇게 살게 만드냐고. 아무나 붙잡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도저히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제발 나에게 당신은 왜 사는지 알려달라고 말이죠. 그런데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했던 이때의 경험은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내가 살게 하는 이유가 됐습니다. 길을 걷다가 어떤 용기 있는 친구가 제 손을 붙잡고 왜 사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제 삶의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선생님. 너무 빨리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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