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약속은 형태로 남는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한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형태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내가 여기에 다녀왔다.
버려져도, 마음은 오래 남을 테니까.
불안한 마음에 밀어 넣은 작은 반지는,
가느다란 손가락 위에서 은은하게 빛난다.
조금은 무거운 약속.
하지만 이 무게를 우리 둘이 나눠 가진다면,
못 알아차릴 정도로 가벼워질 거야.
매끈한 반지를 손가락으로 만져 본다.
이리저리 비쳐보고, 하늘 높이 손을 들어
내 손에 잘 어울리나 확인한다.
이제 너와 손을 마주 잡을 때면,
선명한 감촉에 마음이 들뜬다.
말로 꺼내기엔 민망한 우리의 약속이,
작은 흔적 속에서 반짝이는 것 같아서.
우리의 마음이 조금 더 오래, 함께 하기를.
바람결에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온다면…
그때 이 반지를 꺼내어,
우리의 시작으로 돌아가자.
다시 너의 손을 잡는 그 순간,
네가 내 이름을 부르던 그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거야.
허공 속에 시선이 닿고,
너와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잠시 멈춘다.
귓가에는 너와 나의 심장 소리만이 겹쳐지고,
그 순간, 우리의 약속이 다시 살아나는 걸
네 번째 손가락의 무게로, 심장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