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결말

너는 끝까지 다정했다.

by 공운

우리는 지금,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밝은 캐럴 노래가 귀에 닿기도 전에, 뭉개져버린다.

대화보다 침묵이 우리 사이를 채웠다.

혀에서 녹는 케이크가, 너무 달아 입안이 썼다.


내가 기억하던 너의 웃음은 이렇게 차갑지 않았는데.

평소와 다른 너.

왠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우리의 사랑은, 이제 끝난 걸까.

왜, 사랑은 언제나 끝이 있는 걸까.


‘잠깐 걸을까.’

네가 조용히 말했다.


밤공기는 역시, 차가웠다.

뽀얀 입김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우리의 손은, 각자의 주머니 속에 묻혀 있었다.

아까, 네 손가락에 반지가 있었던가.

아니, 없었던가.


네가 걸음을 멈췄다.

우리의 첫 만남처럼,

우리의 마지막은 네가 다정하게 부른 내 이름으로 끝이 났다.

겨울바람처럼, 네 목소리에 코 끝이 시큰거렸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다잡았다.

한 번 정도는 빌어볼까, 다시 생각해 달라고 할까.

그러면 네가 다시 내게 와 줄까.


“미안해.”

“힘들게 해서 미안해.”

네가 그렇게 말하면, 너를 붙잡으려 했던 내가 뭐가 돼.

잠깐만,

너를 부르려던 내 목소리보다 먼저,

네가 웃었다.

첫 만남의 그 미소로, 손을 흔들며


안녕-


너는 끝까지, 내게 다정했다.

누가 헤어지면서 핫팩을 건네고,

누가 헤어지는 날에 반지를 끼고 올까.

그리고 누가,

그런 말을 나보다 더 서럽게 울면서 말하겠어.

나는 결국, 널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고백을 하지 말 걸.

영원히 내 마음을 알리지 말 걸.

너의 웃음에 설레지 말 걸.

그냥, 처음부터 너를 만나지 말 걸.


그럼에도, 다시 그날로 가게 된다면,

나는 또 내 마음을 고백할 거야.


너와 만난 건,

결코 후회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