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이별 후, 스쳐간 자리

by 공운

습관처럼 네 이름을 적었다.

내 이름을 적는 것보다 네 이름이 더 익숙하다니.

그런데 웃기게도, 이제는 네 이름을 써도 손끝이 떨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장을 써 내려가면,

결국 아무에게도 보낼 수 없는 글이 된다.


사소한 대화를 나누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침마다 걸려온 모닝콜도.

너의 손을 잡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제는 너와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방 안의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너와 함께했던 날들, 시계가 있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데.


네가 사라진 하루하루는,

그저 엄청 고요하고 고독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때는, 어떻게 살아갔었을까.


겨울잠을 자자.

너 없이 지내는 겨울을 알지 못하기에,

너와 함께한 계절이 된다면

그제야 시간이 지났구나, 깨닫지 않을까.


그때쯤이면,

네가 없는 하루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다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진다는 뜻이었을까.


찾지 않는 기억은, 어느샌가 빛을 잃어 바스러진다는데.


언제쯤 낡은 기억을 홀로 꺼내볼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온다면,

이제 너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겠지.